[급발진 진행중⑤] “제조사 책임 명확히”…제조물책임법 끝까지 간다

[급발진 진행중⑤] “제조사 책임 명확히”…제조물책임법 끝까지 간다

허영 의원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22대 국회서 우선 다뤄야”
“개정안 수정 보완해 대표 발의 예정, 끝까지 통과시킬 것”
“제조사 자료 제출 의무 핵심, 거부하면 책임 있다고 간주”
“피해자가 후유증 견디며 책임 지는 현실에 정부가 답해야”

기사승인 2024-06-03 06:05:06
편집자주
쿠키뉴스가 만난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들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원인을 밝힐 방법도, 책임을 질 이들도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급발진 피해자들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와 가능한 해결 방안을 담아봤습니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 캡쳐 이미지. 


급발진 의심 사고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접수된 건수만 791건에 달한다. 지난 국회에서도 급발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허영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이 각각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도현이법) 5건을 발의했다. 모두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착안해 제조물에 대한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완전 자율 주행 시대에 앞서 급발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이때 정부에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회의장. 쿠키뉴스 자료사진


허영 의원은 “필요 불급한 우선 법안들을 처리해야 되는데 정무위가 가맹 사업법이나 민주유공자법 등의 찬성 반대가 극심한 법안을 놓고 파행 운영하면서 해당 법안이 뒤로 밀렸다”며 “22대 국회에서 조금 더 수정 보완하고 강화된 법률로 다시 대표 발의해 임시국회 내에 첫 해 연도에는 반드시 통과시켜 내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공정위가 제조사 편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1월 급발진과 관련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마쳤다. 그런데 용역 보고서에 대한 검토 과정이 1년 걸릴 것이라며 일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국민의 입장,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가 제조사의 입장, 제조사의 편을 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들은 제조물 책임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회의 신속한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반대하지 않고 찬성하고 있다”며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만큼 우선 처리를 위해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업 비밀이라 하더라도 제조사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의 골자다. 제조사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최종적으로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고 간주하는 내용도 포함했다”며 입증 책임 전환의 문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사진=박효상 기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허 의원은 “일부 제조사에서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해 ‘좋은 법안이다. 자료 제출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가 그동안 제조사가 취해온 안일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도 제조사가 제출한 입증 자료가 너무 부실해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워 자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입증 책임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허 의원은 피해자들이 사고 후유증을 견디며 입증 책임을 지고 있는 현실에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릉 급발진 사고 피해자인 도현이 아버님이 지난 4월 수천만원을 들여서 다양한 자료 조사와 재연 시험을 진행했다. 사실상 제조사와 국가기관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법을 바꿔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조사가 수만 개의 자동차 부품에 대한 중요한 자료를 영업비밀로 제출하지 않는 행태 또한 바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산업계 파장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은 제조사 입장과 산업계의 파장을 우려하지 않아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집행하고 있나. 정부의 이런 태도가 급발진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과 피로감을 주는 것”이라며 “모든 부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주체는 제조사다. 제조사는 만든 제품에 대한 결함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결백하다면 제조사가 입증하고 책임을 덜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 의원은 “강릉 급발진 사고 재연 과정에서 시민들이 합심해 억울한 누명을 벗기려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가 이 법안에 대해서 조속히 긍정적인 검토를 거쳐서 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영상=장경호 정혜미 PD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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