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슬픈 드라마입니다.”
중계석에 있던 목진석 9단이 탄식을 흘렸다. 원성진 9단이 ‘역대급 명국’으로 기록될 최고의 경기력으로 초중반을 압도했음에도 후반 연달아 실족, 끝내 딱 ‘반집’으로 승부가 뒤집혔다.
8일 오후 9시10분 현재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준PO 1차전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수려한합천을 상대로 2-0으로 앞서가고 있다.
한국물가정보는 주장 강동윤 9단이 2국에 나서 수려한합천 2지명 한우진 9단을 상대로 대마를 잡고 통쾌한 선취점을 가져온 데 이어, 필패 위기에 몰렸던 용병 당이페이 9단이 특유의 막판 집중력으로 끈질기게 따라 붙어 결국 역전에 성공하면서 두 판을 먼저 따냈다.
수려한합천으로선 원성진 9단의 역전패가 뼈아팠다. 중반까지 신들린 경기력으로 압도적인 형세를 구축했던 원 9단은 승리가 눈 앞에 아른거리자 연달아 실수를 범하면서 국면은 ‘반집 승부’가 됐다.
그러자 목진석 해설위원은 “앞선 인터뷰에서 당이페이 9단이 초반 크게 불리했음에도 한국물가정보 박정상 감독이 ‘당이페이 9단이 후반 만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사이기 때문에 잘 해줄 거라 믿는다’고 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면서 “당이페이 9단을 상대로는 끝까지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다시 느끼게 하는 승부였다”고 총평했다.
한편 한국물가정보와 수려한합천의 대결은 4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국에 출전한 수려한합천의 4지명 한태희 9단이 전력과 상대 전적 열세를 모두 딛고 현재까지 크게 우세한 형세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 한국물가정보 입장에선 주장 강동윤 9단과 용병 당이페이 9단 등 필승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황이므로 2지명 한승주 9단의 승리를 간절히 응원하고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