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7시에 시작한 경기는 자정을 넘겨 9일 0시1분에 끝났다. 수려한합천의 2006년생 막내 김승진 5단(후보 선수)은 초반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고, 한국물가정보 4지명 최재영 7단은 중반 이후 구축한 우세를 끝까지 지켜냈다.
8일 시작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한국물가정보(정규시즌 3위)-수려한합천(정규시즌 4위) 경기가 9일에 막을 내렸다. 수려한합천을 3-2로 제압한 한국물가정보는 정규시즌 3위 팀 어드밴티지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물가정보가 주도했다. 3국에 중국 ‘특급 용병’ 당이페이 9단, 2국에 주장 강동윤 9단, 1국에는 2지명 한승주 9단 등 팀의 핵심 전력을 전진 배치한 물가정보는 2-0 리드에 이어 장고 대국인 1국에서도 한승주 9단이 우세한 형세를 이어가며 빠른 승리가 눈 앞에 보였다.
그러나 ‘언더독’ 수려한합천의 반격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1국에 출전한 4지명 한태희 8단이 상대 전적과 랭킹 등 모든 면에서 열세를 뒤엎고 한승주 8단을 잡아내며 승부를 4국으로 연결시켰다.
이어진 4국에선 양 팀 3지명 맞대결이 성사됐다. 엎치락 뒤치락 하던 4국은 송지훈 8단의 승리로 끝났고, 운명의 최종 5국이 시작될 때 이미 시간은 밤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최종 5국에 한국물가정보가 ‘정공법’으로 4지명 최재영 7단을 출전시킨 데 반해, 외국 용병 선수가 없는 수려한합천은 5지명 윤성식 3단 대신 후보 선수인 김승진 5단 카드를 꺼내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려한합천 고근태 감독의 깜짝 오더는 초중반 빛을 발하는 듯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승진 5단이 초반을 지나면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고, 이후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우세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06년생 막내가 담당하기에 포스트시즌, 팀의 탈락이 결정될 수도 있는 마지막 최종국의 무게는 너무 컸다. 손바람이 과한 나머지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범한 김승진 5단은 승부를 끝낼 기회를 놓쳤고, 어부지리를 획득한 최재영 7단은 노련미를 앞세워 판을 변수 없이 정리했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첫 번째 ‘승장’이 된 한국물가정보 사령탑 박정상 감독은 “마지막까지 어려운 승부였다”면서 “최종국에 출전한 최재영 선수가 부담되는 경기임에도 끝까지 자신의 기량 발휘해줘서 고맙고 든든하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어 박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특급 용병’ 당이페이 9단이 출전할지 묻는 질문에 “오더와 관련된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를 구한다”면서 “울산 고려아연은 당연히 강팀이고, 상대 팀에서도 용병 선수가 출전할 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저희 팀도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겠다”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거의 최고로 긴장했다고 밝힌 최재영 7단은 승리를 확정지은 이후 비로소 미소를 보였다. 최재영 7단 또한 플레이오프 임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자신 있다”며 짧고 굵게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어지는 플레이오프는 오는 11일 정규시즌 2위 울산 고려아연과 3위 한국물가정보 대결로 속행한다. 울산 고려아연은 주장 신민준 9단을 필두로 2지명 이창석 9단, 3지명 문민종 8단, 4지명 한상조 6단을 비롯해 이번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의 홍일점인 5지명 김채영 8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물가정보와 마찬가지로, 울산 고려아연 또한 랴오위안허 9단이라는 출중한 중국 용병을 보유하고 있어 바둑리그 역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서 ‘용병 맞대결’이 펼쳐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8개 팀이 경합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한 팀당 1∼5지명 다섯 명의 선수와 함께 용병을 포함한 후보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롭게 도입되면서 각 팀 감독들의 ‘섭외력’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시작된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은 오는 11일 울산 고려아연-한국물가정보의 플레이오프, 15일에 PO 승리 팀과 원익의 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진다. 챔프전이 최종 3차전까지 갈 경우 17일 대망의 우승팀이 가려진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