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지도부가 지난 주말 사이 국회의장 후보군을 교통 정리하면서 명심이 추미애 당선자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낙점한 배경으로 추 당선인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각종 입법 드라이브에 앞장서는데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 당선인은 명심(明心·이 대표 마음)은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당선인들의 만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대표가 병원 입원 전에 ‘이번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있는 국회의장 선거가 있겠느냐. 잘 해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줬다”며 “다른 후보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군이었던 조정식 의원은 지난 12일 추 당선인과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또 다른 후보인 정성호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은 추 당선인과 우원식 후보와의 양자구도로 확정됐다.
우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의 단일화는 사실 좀 황당하다. 개혁과 혁신을 말하다가 갑자기 선수·나이·관례를 얘기하니 앞뒤 말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제일 세니까 저를 견제하기 위해 후보 간에 단일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며 선명성을 강조해 온 만큼 민주당이 벼르고 있는 검찰개혁 완수에 ‘부스터’ 역할을 할 후보를 이 대표가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강성 친명계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이던 추 당선인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경험이 있는 만큼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의 수장과 전면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또한 이 모든 분위기를 반영해 추 당선인을 택한 것 아니냐는 풀이다.
추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되면 이 대표와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 후보가 윤 대통령과 전면전에 나서면 이 대표는 민생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일명 투트랙 시나리오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추 후보가 대여투쟁에 앞장서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당선인은 “처음에는 다른 후보들이 다 찾아와서 만나다 보면 모두 본인들이 당대표의 뜻이 자기들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추 당선인의 대세론이 확 커졌다”며 “추 당선인이 22대 국회 초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확실하게 거는데 낫지 않겠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추 당선인이 좌충우돌이긴 해도 험지에서 싸워서 이겨서 돌아온 사람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선인은 “추 후보를 언급하는 당선인들은 처음부터 많았다”며 “대표의 마음이 처음부터 추 당선인에게 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추 당선인이 당심을 받들고 있고 또 검찰개혁을 잘 이끌 것이라고 보고 점점 추 당선인에 대한 이 대표의 뜻이 확실해졌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원내대표부터 의장까지 친명 체제 일색으로 인한 당의 경직화를 우려하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우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라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막판에는 합리적인 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