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군단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곰들은 호랑이도 잡아먹을 기세로 진격하고 있다. 호랑이굴에 들어간 곰 군단은 ‘우두머리’ 100승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두산 베어스는 14일 오후 6시30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두산이다. 두산은 지난 3일 LG 트윈스와 어린이날 시리즈 2연승을 시작으로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와 3연전을 모두 휩쓸었다. ‘8연승’ 기세를 탄 두산은 ‘선두’ KIA를 2.5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투타 조화가 완벽하다. 연승 기간 두산은 팀타율 0.364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냈다. 8경기 동안 팀득점은 60득점에 달했다. 2위 NC 다이노스(49득점)와 차이도 컸다. 부진하던 헨리 라모스는 동기간 타율 0.520(25타수 13안타)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두목곰’ 양의지 역시 타율 0.500(28타수 14안타)로 활약했다. 허경민(타율 0.464), 강승호(0.395)도 주전의 품격을 선보였다.
후보 선수들마저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외야 백업을 주로 맡았던 조수행은 매 경기 마다 ‘허슬플레이’로 팀 승리 주역이 됐다. 동기간 타율 0.367(30타수 11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주전 유격수 박준영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온 김재호는 출루율 0.438로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투수진 분위기도 최고조다. 당초 두산은 ‘1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빠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때 ‘신예’ 최준호가 등장하면서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됐다. 최준호는 지난 12일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0승4패로 시즌을 시작한 ‘토종 에이스’ 곽빈은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며 제 궤도에 올라섰다.
시즌 초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진은 최근 안정을 찾았다. 기존 마무리 정철월이 지속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지만, ‘루키’ 김택연이 1군에 자리를 잡으면서 그 자리를 메웠다. 스토브리그 늦은 FA 계약으로 몸이 올라오지 않았던 홍건희마저 컨디션을 회복하며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김강률, 이병헌, 최지강 등 뎁스도 충분하다.
1위가 눈에 보이는 상황에, 마침 두산은 ‘선두’ KIA를 만난다.
걸린 기록도 많다. 두산이 만약 이번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2승 이상)를 거둘 시 이승엽 감독은 통산 100승째를 올린다. KBO리그 58번째 기록이다. 올 시즌 24승19패로 순항 중인 이 감독은 지난해 74승(2무68패)을 더해 현재 통산 98승2무87패를 기록 중이다.
이 감독에게 ‘100승’ 의미는 남다르다. 부임 당시 이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마음고생했다. 주위 평가와 다르게 이 감독은 첫해부터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렸다. 시즌 중반에는 11연승을 달성하며 2000년 김인식 전 감독, 2018년 김태형 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넘고 ‘베어스 역대 최다 연승’ 새 역사를 썼다. KIA와 3연전에 만일 두산이 시리즈 스윕이라도 한다면, 지난해 세웠던 구단 최다 연승(11연승) 타이를 달성한다.
이 기록들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투수’ 양현종을 넘어야 한다. KIA는 14일 선발투수로 양현종을 예고했다. 양현종은 지난 1일 KT전 완투승(9이닝 1실점) 포함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직전 등판인 지난 8일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에이스의 품격을 보인 바 있다.
진격의 두산이 양현종 공략에 성공하며 ‘단군 매치’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까. 만약 넘는다면 감독 100승과 구단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