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단체들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심의에 참여한 한국 정부를 향해 “여성가족부 폐지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차별금지법 입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CEDAW 위원들의 질문이 잇따랐으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2개 여성시민사회단체(이하 단체들)는 15일 발표한 논평에서 “많은 CEDAW 위원이 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선언한 점, 성평등 정책 축소와 관련 예산 삭감 등을 지적했다”며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CEDAW는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감독하는 기구다. 1984년 12월 협약에 가입한 한국은 4년마다 관련 분야 정책 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하고 있다. CEDAW가 14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한국 여성 인권에 관한 심의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여가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여성 관련 정책을 다루는 유관 부처가 대표단을 꾸렸다. 김기남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다.
단체들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또다시 사회적 공감대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답해 책임을 회피했다”며 “정부는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받은 이후 사회적 논의와 입법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협박이나 폭행이 없어도 피해자 동의가 없으면 강간죄가 성립되도록 형법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위원들 지적에 대해 우리 정부가 “여성의 의지를 깎아내리는 것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이 역시 비판했다.
단체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답변은 성폭력을 성차별적 구조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보지 않고, 여성 개인의 일로 사소화하는 통념”이라며 “2022년 여가부 통계에서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보다 가해자의 강요나 속임에 의해 발생한 비율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에서 지속해 권고한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실천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으나 정부는 이행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 제8차 CEDAW 심의 당시 우리 정부가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할 것을 권고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체들은 “여가부 폐지 정책 기조를 폐기하고, 국가 성평등 기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부처 예산과 조직, 권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