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각에서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기존 의도대로 다양성 측면이 부각되는 것이 아닌 친윤석열계(친윤계) 중심의 당대표 견제형 지도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물망에 오른 당대표 후보들이 일제히 정부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친윤계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2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된다면 목적성이 바뀔 거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 3040 총선 후보자 모임인 첫목회는 지난 7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황 위원장은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최고위원들 간 이견이 표출되면 수습하기 어려워진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출했다.
집단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선출하는 방안이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사가 당대표가 되고 후순위는 최고위원을 맡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나 중진급 의원들이 최고위원을 맡게 돼 다양성을 지향할 수 있다. 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목적성이 변동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당대표 후보군에 오르는 인물들 모두 친윤 정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하마평에 오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은 모두 최근 정부의 해외 직구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면 대통령의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견제가 아닌 친윤계 중심으로 당대표 견제가 될 거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은 2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집단지도체제의 장점으론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 중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 당선인, 수도권 기반 윤상현‧안철수 의원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재명 대표 원톱인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특정인이 당대표가 됐을 땐 원톱 체제를 견제할 수단이 아예 없다”며 “이렇게 된다면 친윤계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단지도체제를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계 중심 집단지도체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가 집단지도체제를 꾸렸지만 내분이 일어나 ‘옥새 파동’을 일으키고 패배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비출 때 친윤계가 집단지도체제를 의제로 꺼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쿠키뉴스에 “친윤 쪽에선 전당대회를 뒤로 미루거나 당원 비율 변경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만약 모두 뜻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집단지도체제로 가서 당권 견제형 비대위로 가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단지도체제가 된다면 당대표 손발이 모두 묶일 것”이라며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당대표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일종의 묘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원내에선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복수의 의원들은 전당대회 당원 100% 투표 비율 변경과 관련해 의견이 나오지만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목소리가 없다고 밝혔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