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이어졌던 초보 감독들의 ‘수난시대’는 결국 자진 사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7일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다. 최 감독의 공석은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메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 감독은 한화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작년 5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경질과 동시에 3년 14억 계약을 맺고 환화 1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2년 퓨처스리그에서 14연승을 달리는 등 지도력이 입증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탈꼴찌’에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둔 후 올 시즌 통 큰 투자를 받았다. 한화는 ‘윈나우’ 기조를 세우고 ‘폭풍 영입’했다. 먼저 비시즌 한국 역사상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류현진과 KBO 최다 연봉인 8년 170억원 계약을 맺었다. 이어 내야 보강을 위해 안치홍도 4+2년 총액 72억원에 영입했다. 자연스레 최 감독에게는 성적을 낼 책임이 있었다.
극초반에는 계획대로 운영됐다. 개막 후 10경기 동안 7연승을 달리는 등 8승2패로 단독 1위에 올랐다. ‘대전의 봄’이 찾아왔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한화의 봄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4월부터 연승 없이 최다 6연패 포함 5번이나 연패를 거듭했고, 지난 23일에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최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K리그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도 초보 감독의 수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염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이랜드전 1-3 역전패 이후 박경훈 단장을 만나 자신 사임 의사를 밝혔고, 박 단장이 이를 고심 끝에 받아들이면서 짧았던 감독 생활을 마쳤다.
지난 시즌 선수 겸 플레잉코치였던 염기훈은 김병수 감독 경질 이후 감독대행으로 파격 선임됐다. 염기훈은 팀의 2부 강등을 막지 못했으나 대행 당시 7경기 3승2무2패 호성적을 거둬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 올라섰다. 염 감독은 2부로 추락한 ‘명가’ 수원을 곧바로 1부에 올리라는 책임을 안았다.
염 감독은 4월까지 6승1무2패로 K리그2 단독 선두에 자리하며 구단 기대에 부응했다. 4월에만 4승1무로 K리그2 감독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의 기쁨은 단 한 달도 가지 못했다. 5월 들어 5연패에 빠진 염 감독은 결국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한화와 수원 모두 올 시즌 뚜렷한 성과를 거뒀어야 하는 팀이다. 어쩌면 이 막중한 책임은 ‘초보 감독’들이 견디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