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매우 긍정적이다. 특별히 두려워 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세돌 9단)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무이한 인간, 전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 보드게임 작가로 무대에 올랐다. 이 9단은 인공지능(AI)과 홀로 맞섰던 당시 승부에 대한 소회, 그리고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찾아오게 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대해 청중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5일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 콘서트홀에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 최대 야외 보드게임 행사인 ‘파주슈필 2024’ 현장에 방문한 관람객과 ‘보드게임 작가’로 돌아온 이세돌 9단이 만났다. 이 9단은 자신이 직접 창안한 보드게임 ‘그레이트 킹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인공지능을 먼저 접해본 사람으로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이 9단의 강연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이 “인공지능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다”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 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9단은 “특별히 두려워 하거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오히려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경계해야 할 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 9단은 “인공지능 기술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인간이 두려운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특정 세력, 특히 소수에게 인공지능 기술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저는 일부 회사나 소수의 인원들이 인공지능을 독점하는 게 가장 무섭다”면서 “미래에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류는 분명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 하기도 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 가져주시기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은 자신을 바둑 팬이라고 밝히면서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게 좋을지 묻는 41세 남자 청중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히 너무 좋은 일이다. 안 좋을 게 뭐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이왕이면 ‘그레이트 킹덤’도 같이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레이트 킹덤은 이 9단이 코리아보드게임즈와 협업해 직접 만든 보드게임이다. 바둑을 매개로 창안했지만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룰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주최한 국내 최대 야외 보드게임 행사 ‘파주슈필 2024’는 25~26일 양일간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구 영어마을)에서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20종이 넘는 신작이 공개됐고, 특히 보드게임 작가로 데뷔한 이세돌 9단의 ‘위즈 스톤’ 시리즈가 인기를 모았다.
2023년 처음 출시된 직후 품절을 기록한 ‘커피 러시’ 확장판인 ‘커피 러시 확장: 케이크 타임’도 행사장에서 무료 체험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받았다. 커피 러시 확장판 구매를 원하는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술관 관장이 돼 미술 진품을 찾아야 하는 협력 게임 ‘벨라티’, 플레이어 간 경매를 통해 탑을 높이 쌓아야 하는 ‘다섯 개의 탑’, 자신의 정원으로 나비가 날아오도록 길을 만들어야 하는 ‘나빗길’ 등 신작이 인기몰이를 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