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공급망 안보라는 중책을 맡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해외 광산에서 비롯된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광해광업공단은 자본잠식 장기화의 주요 원인인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임원 국외출장 자료에 의하면, 권순진 광해광업공단 광물자원본부장은 볼레오 프로젝트 잠재매수자 및 매각주간사 업무협의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칠레를 방문했다. 앞서 3월 말에도 잠재매수자 사전 질의 내용 검토 등 현장실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외출장을 한 바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전신(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광해관리공단)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멕시코 볼레오 광산 운영사인 MMB의 지분 30%를 매입하며 해당 사업에 뛰어든 뒤 점차 지분을 늘려 현재 76.8%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볼레오 광산 운영사가 지급불능 상태로 부도 위기에 놓였지만 광물자원공사가 오히려 투자를 늘리면서 무리한 자원 외교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는 곧 광해광업공단의 출혈로 이어졌다.
2022년 순손실 2200억원이었던 볼레오 광산은 지난해 손실이 2606억원으로 늘어났다. 역시 자원 외교의 일환으로 비슷한 시기 인수에 나섰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니켈)의 순손실도 2022년 306억원에서 지난해 1698억원으로 급증했다. 니켈값 폭락이 주 원인이었다. 결국 광해광업공단은 최근 암바토비 광산과 제련소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순이익(1294억원)보단 줄었지만 지난해 2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광해광업공단의 해외투자사업 중 유일한 흑자였던 파나마 꼬브레파나마(동)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말 파나마 대법원이 파나마 정부와 꼬브레파나마 측 간 광업권 계약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현지 광물 생산 작업이 중단됐다.
이처럼 해외투자사업이 모두 암초에 부딪히면서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연결기준 31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순손실(181억원)보다 2939억원 늘었다. 순손실 중 가장 큰 비중은 차입금 및 이자비용(2743억원)이었다.
지난해 자본잠식 규모는 2022년(2조2545억원)보다 약 13% 증가한 2조5422억원으로 부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볼레오 광산에 긴급 운영자금 약 682억원을 투입하는 등 단순히 손실뿐만 아니라 ‘물 빠진 독에 물 붓는’ 형태의 자금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매각 등 손실의 주요 원인이 되는 해외 광산들에 대한 조치를 좀 더 빨리 시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매각 절차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고, 매각주간사를 통해 매수자를 찾아서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재무개선을 위해 자구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의 상위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볼레오 광산을 매각하는 데 성공하면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규모가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에도…올해 경영평가 ‘먹구름’
이 가운데 지난해 중순 광해광업공단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사업 실적개선을 통한 당기순이익 달성 △부실사업 신속 매각 △예산절감·수익창출을 통한 재정자립 △고금리 시대 자금유동성 확보 등을 4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인 볼레오 광산 매각도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다.
다만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2023년의 실적이 2022년보다 부진한 데다, 올 2월 말 발표된 2023년도 재무감사에서 투자사업 배당금 관련 회계처리 미흡과 세금 납부 업무처리 부주의 등을 지적받아 경영·회계상 질적인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실은 투자사업 배당금 관련 회계처리 미흡에 대해 “자원 재생의 2023년 배당 관련 회계처리를 하지 않아 결론적으로 자원 재생 투자 주식이 배당 금액(7억원)만큼 과대계상되고, 단기미수금(배당) 약 6억6000만원과 관련 세금 4000만원이 과소계상됐다”고 설명했다.
세금 납부 업무처리 부주의에 대해선 “해외파견자의 급여를 잘못 제외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발견됐는데, 파견 기간을 잘못 입력해 급여에서 제외될 금액이 음수로 나타나 결론적으로 과세표준이 높아지고 공단이 주민세를 과다하게 냈다”면서 “공단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잠식 지속과 회계감사 지적에 따라 다음 달 발표 예정인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결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얻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경영평가에서 재무관리와 업무효율 항목을 통합해 배점을 기존 10점에서 20점(공기업 기준)으로 올려 재무성과 비중을 높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제3차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방공공기관의 ‘부채중점관리제도’ 개편안을 확정, 전년 결산기준 부채 규모 1000억원 이상 또는 부채비율 200% 이상인 공사 및 출자·출연기관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해 재무부채관리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했다.
경영평가단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도 전년과 같이 재무성과관리 배점이 높은데, 재무 상황과 실적 개선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라며 “또, 재무위험기관들은 재정건전화계획 이행 실적을 따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