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사용에 신중한 자세를 강조했다. 정 실장은 여야가 협치를 할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응수하면서 의도치 않은 기싸움의 장이 됐다.
우 의장은 10일 정 실장과 홍 수석을 접견한 자리에서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을 위배하거나 침해하는 게 아니면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국회·정부·우리나라 이미지를 위해서 바른길이라는 말씀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 실장은 여야의 협치 분위기를 요청했다. 그는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 작동원리가 원활히 되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도 총선 민의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 재의요구를 권한이 아니라 최후로 생각하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법안 하나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까지 대화와 타협을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 의장과 정 실장은 재의요구권 문제로 예상치 못한 기싸움을 벌인 후 여야 협치를 두고 재차 공방을 벌였다.
정 실장은 “우 의장이 합리적인 성품으로 출중한 경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할 때 노력을 해 정치의 안정을 도모해달라”며 “민생과 국익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협치는 국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국회와 정부도 협치를 해야 한다”며 “본질적인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우 의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