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입한 수입차량에 부식이 있어도 판매사의 계약 시 고지 의무 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민호(가명)씨는 지난 5월 한국지엠 대리점과 쉐보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 신차 구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 전 하자 여부를 재차 점검한 김씨는 영업사원으로부터 “새 차다.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알고보니 평택항에 장기 주차된 차량이었다.
계약을 마친 뒤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차량 하부 상당 부위에 녹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김씨는 판매사 측에 구매 취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국지엠과 대리점 측은 “수입차의 경우 출고 전까지 오랫동안 야적 상태로 보관돼 대부분 하부가 녹이 생긴다”며 이를 거절했다. 녹이 생기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며 기능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차량에 생긴 녹은 교환·환불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입차의 경우 판매 전 관리 감독을 제조사와 대리점에 의존하는데, 주로 PDI 센터(차량 인도 전 사전 검사소)에서 검수가 진행된 후 고객에게 인도된다. 제조사와 대리점 측의 관리 감독이 중요한 이유다. 김씨는 PDI 센터가 부식이 많이 발생한 차량을 통과시킨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쿠키뉴스는 김씨와 트래버스 차량 하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텍123 공장을 찾았다.
박병일 명장은 김씨의 차량 하부를 살핀 뒤 “평택항에 주차된 차량들이 물에 잠기는 경우가 있다”며 “머플러와 프레임에 이 정도로 부식이 진행됐다면 향후 전자 제어 장치 고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그만큼 고장은 빨라진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소비자 개인이 관리가 안 된 차량을 인도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대부분 A/S 받는 데서 조치가 끝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차량의 경우 A/S를 받더라도 녹을 제거하고 녹슨 볼트를 교체한 후 프레임을 도장해주는 것이 끝일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시간 뺏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보증 기간이 지나고 안전 문제가 생기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명장은 김씨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차량 구매 후 임시 번호판을 발급받아 열흘간 운영하며 차량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김씨는 한국지엠 측으로부터 “이미 번호판을 달았다면 새 차가 아니기 때문에 녹이 있어도 교체가 안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제보자의 우려를 이해한다”라면서도 “장기 치장 차량을 새 차처럼 속여 판매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할인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철의 성분에 따라서 녹이 내부의 산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육안으로 봤을 때 운행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차량 구매 전 하부에 녹이 있다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차량 입고 시기를 고지 받기도 했다.
영업사원은 김씨에게 트래버스 판매 당시 2023년 7월 재고분이라고 밝혔지만, 2022년 8월 미국에서 생산돼 2023년 3월 평택항 PDI에 입고된 후 장기 주차된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한국지엠과 대리점은 계약이 이미 완료돼 환불·교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리 후 하자가 재발해 경제적 손해가 일어난 경우는 아니라 국토부의 교환·환불 대상에 포함되진 않는다”면서도 “계약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