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갈등 유발자가 아닌 조정자가 돼야 한다. 갈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2022년 대선후보 시절 발언이다. 남녀와 노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통합’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자신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통합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분열과 혐오의 메시지가 피어났다. 언론을 두고 지칭한 ‘검찰의 애완견’ 발언은 정치권과 사법부, 언론의 갈등 촉매제가 됐다. 이 대표는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냐”고 말하면서 복잡한 정국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점입가경이다. 더 독한 발언으로 이 대표를 엄호하면서 불난 정국에 기름을 붓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현 언론의 행태가 애완견이지 감시견이냐”고 했고,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기레기를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줘도 기레기들은 분노조절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공정한 보도환경을 만들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통신위원회법)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이 대표의 발언으로 빛바랜 결과물이 됐다.
언론혐오 발언은 이 대표나 민주당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기사의 댓글을 ‘애완견’으로 도배하게 만들었다. 각종 친야권 커뮤니티에서는 양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기레기(기자, 쓰레기 합성어)를 애완견으로 올려줬다는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2년 전 대선후보로서 사회갈등 해소를 외친 이 대표는 사라졌다.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옳지 않다고 말하던 정의감 넘치는 모습은 신기루가 됐다.
22대 국회의 협의는 없어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조여 오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돌파구로 사법부와 언론 혐오를 선택했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사회갈등을 부추겼다.
이 대표의 대선 슬로건인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에 의문이 생겼다.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슬로건의 ‘나’는 국민이 아닌 이 대표 본인이었나.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