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는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 대한 집중 성토의 장이 됐다. 한 후보를 제외한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열거하며 자신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는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했다.
12일 국민의힘은 대구 북구 소재 엑스코에서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를 진행했다. 정견 발표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으며, 정견 발표 후에는 추가 브리핑을 통해 연설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전했다.
나경원 후보는 정견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여러 논란을 벗어나고자 당무개입이 아닌 상황을 당무개입이나 국정농단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며 “그 단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형사 기소 됐을 때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전력이 있는 한동훈 후보를 향한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검사로서 (탄핵안 등 관련) 기소한 사람이 당무개입이나 국정농단이란 단어를 알면서 꺼낸다는 건 본인이 유리하고자 당과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같다”며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당정관계 파탄을 넘어 당이 위험해진다. 이런 후보가 당대표가 됐을 때 당이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 22대 총선을 지휘할 당시 사천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재차 강조하며 당무 감찰을 주장했다. 그는 “(공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는데 이를 믿으라는 거냐. 당 사무총장을 1년 해봤고 많은 공천 작업을 해봤지만 이런 공천은 본 적이 없다”며 “당무 감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훈단체와 여성단체, 장애인단체, 호남 원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등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게 자신들만의 사례인 줄 알고 있을 텐데 총선백서를 종합하는 순간 모든 집단이 들고 일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면 당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걱정을 이해하나, 검증은 치열하게 돼야 한다”며 자신의 발언이 용기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과 사천 논란 등에 대해 총선백서가 이를 잠재울 유일한 해법이라며 전당대회 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 문자 논란과 사천 논란은 총선백서 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총선 패배 3개월이 넘었는데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있다. 총선백서가 논란을 잠재울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후보는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추가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뜨거워진 전당대회 열기…연설서 커지는 대립 격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이날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폈다. 나 후보는 자신의 당대표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을 제외한 모든 후보를 비판하는 ‘모두 까기’에 나섰고, 원 후보는 한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한 후보는 설전을 벌이던 전날의 모습과 달리 무대응 전략을 폈으며, 윤 후보는 ‘보수 혁신’을 강조했다.
나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으며, 한 후보에 대해서는 “나 하나 살자고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핵폭탄급 발언을 쏟아내면서 민주당에 앞장서서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 ‘탄핵열차’가 벌써 출발했는데 아직도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가 당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나경원·원희룡 두 후보의 공세에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는 “큰 마음을 갖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민주당의 폭주를 물리쳐 달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는 “당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개척정신을 마음에 품고 보수혁명을 위한 간절한 뜻을 헤아려 달라”고 전했다.
대구=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