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지만, 충원율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의 사직 전공의들이 서울의 빅5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권역 제한’을 푸는 대책도 검토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전국 수련병원에 15일까지 소속 전공의들의 결원 인원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 이날까지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명확히 밝혀달라면서, 응답이 없으면 사직 처리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기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각 수련병원은 오는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야 한다. 그래야 오는 22일 하반기 임용 공고를 내고 31일까지 원서를 접수해, 9월부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전공의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화책을 내놓았다. 사직 전공의들은 올해 9월 하반기 모집 때 재응시하면 같은 연차로 수련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는 특례가 주어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9월 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 1년 이내 동일 과목 연차 복귀를 제한한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에 따라 내년 3월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권역 제한’을 푸는 방침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지방에서 근무하던 전공의가 서울 대형병원에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에 “권역 제한 문제는 여러 의견을 청취 중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지만, 의료계는 전공의 상당수가 하반기 모집 때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세원 서울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15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을 주제로 연 기자회견에서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 95%는 의사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9월에 추가로 모집을 한다고 해서 전공의가 돌아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권역 제한을 풀면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하은진 서울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지역 제한을 풀면 지역에 있는 전공의 중 일부는 서울대병원이나 빅5 병원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빅5 병원에서 수련을 받게 되면 수도권에서 일하게 될 확률이 높고, 지역으로 돌아갈 확률은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9월 하반기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권역 제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정한 것은 빅5 병원만 전공의를 채우면 되고, 지역의료는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가을턴(하반기 모집)을 온갖 꼼수를 동원해 뽑을게 아니라 가을턴 모집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뜻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5 병원 인기과 위주로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 같은 인기 과목이나 빅5 병원으로 갈 수 있다면 일부는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돌아간다고 해도 현장에서 독박으로 일해야 하지 않나. 또 일반의 자격은 이미 있기 때문에 복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 복귀를 바라는 것보단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며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를 돌려보내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이런 유화책 대신 중증 환자 중심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시하는 등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권역 제한을 푼다고 다수의 전공의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겠나”라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불이익도 없었던 만큼 빅5 병원이든 인기과든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를 우선해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