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 철학, 경력 등에 대해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확인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지 않은 홍명보 신임 감독 ‘특혜 논란’에 대한축구협회(KFA)가 내놓은 답이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A대표팀 감독직을 졸속으로 선임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일련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KFA의 스탠스는 이러했다. 외국인 감독은 철저한 면접, 한국인 감독은 ‘프리패스.’
KFA는 2023 아시안컵 우승 실패 후 한국 축구 미래가 걸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령탑을 졸속으로 임명했다. 짧으면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2년, 혹은 2027 아시안컵까지 3년을 바라봐야 했다. 긴 시간 청사진을 함께 그릴 감독을 단 2시간 대면으로 정했다. 제안했더라도 최소한 정식 면접은 봐야지 않았을까.
KFA가 이 부분을 나름대로 솔직하게 답했다는 점도 놀랍다. ‘특혜’가 아니라는 인식이 KFA 내부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자성할 수 없다”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절차를 무시한 KFA의 졸속 행정과 대비되는 사례는 같은 ‘현대家’ 집안인 대한양궁협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양궁협회 공정성은 스포츠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다면, 그 누구든 가차 없이 제외한다. 예컨대,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산은 선발전에서 탈락해 2024 파리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처럼 협회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정확히 지킨다. 예외는 없다.
정몽규 KFA 회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임명부터 시작해 현재 홍명보 감독 선임에 이르기까지, 특혜를 일삼은 KFA 행보와 정반대다.
KFA와 양궁협회는 운영 면에서도 큰 수준 차이를 보인다.
2023 아시안컵을 앞두고 KFA는 훈련장을 구하지 못했다. 대회를 앞둔 선수들은 잔디가 아닌 호텔 헬스장에서 실내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대회 일정에 돌입한 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대회 도중 KFA 직원이 선수들과 판돈을 걸고 ‘카드 놀이’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요르단에 참패했다.
KFA와 달리 양궁협회는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정의선 회장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2021년부터 파리 대회를 준비했다. 진천선수촌에 양궁 종목이 열리는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만들었다. 야유나 환호 등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축구장에서 ‘소음 훈련’도 진행했다. 심지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을 개발해 선수들 기량 발전에 힘썼다. 이외에도 맞춤형 장비, 훈련 분석 카메라, 신소재 모자 등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공정한 선발과 투명한 운영 덕에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 여자 궁수들은 올림픽 10연패 대업을 이뤘고, 남자부 역시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MIK(Made In Korea)’ 축구 기술 철학도 올바른 체계 안에서 만들어져야 의미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FA가 양궁협회 사례를 참고해 조금이라도 발전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