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 증폭에 불안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애플이 엔비디아가 아닌 경쟁사 구글의 AI 칩을 사용했다고 밝힌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04% 급락한 103.7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23일 기록한 103.79달러 이후 약 두 달만에 가장 낮은 주가다.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총액은 2조5518억달러까지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일 134.91달러였으나 현재 23% 떨어진 수준이다.
이날 하락세는 빅테크 등 기업이 AI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투자자 불안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새쿼이아캐피털 파트너인 데이비드 칸은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이 AI 투자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는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가 지출 대비 수익 창출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앞서 알파벳은 지난 2분기 생성형 AI 서비스 지원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포함하는 자본 지출이 132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 122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AI가 창출할 매출 대비 자본지출이 높다는 지적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5% 하락한 바 있다. 빅테크 등 기업이 AI 지출을 줄이면 해당 산업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애플이 자사 AI 모델 학습에 엔비디아 칩이 아닌 구글 칩을 사용했다는 발표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애플은 전날 공개한 논문에서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을 ‘클라우드 TPU 클러스터’에서 학습시켰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80%를 점유한 가운데 애플은 엔비디아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