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바둑소녀’ 김은지 9단이 최정 9단을 넘어섰다. 128개월 연속 1위 행진을 벌이던 최 9단을 10년 8개월 만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김 9단은 여자 1위는 물론 통합 랭킹 3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일 한국기원이 발표한 국내 프로기사 랭킹에 따르면, 여자 랭킹 1위에 등극한 김은지 9단은 통합 랭킹에서도 32위를 마크했다. 2007년생으로 올해 17세인 김 9단은 같은 나이에 최정 9단이 통합 랭킹 98위에 간신히 턱걸이하면서 100위권 이내 진입을 이뤄냈던 것과 비교해 무려 66계단 높은 성과를 냈다.
2020년 1월 입단한 김은지 9단이 여자 랭킹 1위에 등극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년 7개월이다. 한국 바둑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김 9단은 지난 7월 한 달 14승2패를 거두면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난달 랭킹과 비교해 무려 15계단 상승한 32위에 랭크된 김 9단은 통합 랭킹에서도 개인 최고 랭킹 기록을 경신했다. 김 9단은 7월 제47기 한국일보 명인전 본선에 진출하고,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에 오르는 등 맹위를 떨쳤다.
반면 10년 8개월 동안 한국 여자 랭킹 1위를 수성했던 최정 9단은 6계단 하락한 35위로 내려앉으며 11살 연하 김은지 9단에게 여자 왕좌를 물려줬다.
여자랭킹 3위 오유진 9단과 4위 김채영 8단은 각각 14계단 하락한 77위, 22계단 하락한 90위를 기록했고, 한국 이적 이후 4월부터 랭킹 집계를 시작한 스미레 3단은 여자랭킹 16위(전체 217위)로 시작해 4개월 만에 여자랭킹 6위(163위)로 올라섰다.
한편 국내 랭킹 왕좌는 56개월 연속 신진서 9단이 굳건하게 지켜냈다. 신 9단은 7월 1승2패로 부진하면서 41점을 잃었지만 여전히 ‘랭킹 점수 만점’을 넘기는 1만354점으로 1위 질주를 이어갔다.
2020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56개월 동안 장기집권 중인 신 9단은 박정환 9단이 기록한 최장기간 랭킹 1위 기록(59개월 연속)까지 3개월 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승2패를 거둔 2위 박정환 9단은 33점을 잃으면서 다시 9000점대로 내려갔으나 9967점으로 2위 수성에 성공했고, GS칼텍스배 첫 우승에 성공한 신민준 9단이 2020년 12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3위로 올라섰다.
변상일 9단은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김명훈 9단과 강동윤 9단이 자리를 맞바꾼 5·6위, 설현준 9단이 한 계단 상승한 7위에 랭크됐다. 이창석 9단은 두 계단 상승한 8위, 김지석 9단은 순위변동 없이 9위를 지켰다. 김정현 9단은 두 계단 상승한 10위에 올라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09년 1월부터 레이팅 제도를 이용해 100위까지 공지했던 한국 기사랭킹은 2020년 2월부터 개정된 랭킹제도를 도입해 발표했다. 12계단의 가중치를 4단계로 축소하고, 신예기사 공식 랭킹 진입 기준 대국수를 50대국에서 30대국으로 변경했다. 1년 이상 대국 기록이 없는 기사는 랭킹 순위에서 제외하며 이후 복귀 시 마지막 대국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책정하고 있다.
2022년 8월부터 프로기사 대의원회의 결정에 따라 랭킹 100위와 여자랭킹 10위까지만 발표해 왔던 이전과는 달리 전체 프로기사의 랭킹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