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바둑협회와 바둑업체 사이에 ‘수의계약’이 횡행하면서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바둑계 최고 행사인 ‘대통령배’에서도 관련 정황이 포착됐다. 오는 24일 제6회 대통령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해당 업체와 별도의 공개 경쟁 입찰 과정 없이 수의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제4회 대통령배 전국바둑대회 당시 대한바둑협회는 대진표 관리, 명찰 제작 등 용역 업무를 3280만원에 ‘수의계약’ 했다.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은 공개 경쟁 입찰을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년 전 4회 대통령배 당시 참가 인원은 약 1100명으로, 이틀 행사 중 토요일에 600명, 일요일에는 500명 정도가 모였다. 인건비가 별도이므로, 업계에서 통상 책정하는 금액은 명찰 제작 등이 한 명당 만원, 대진판 등을 더하면 1700만원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제5회 대통령배 용역을 맡은 업체는 4회보다 오히려 400명가량 인원이 증가해 1500명이 운집한 대회를 1700만원(상품비 200만원 별도)에 진행했다. 이 업체는 대한바둑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입찰했다.
반면 별도의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3280만원에 같은 행사를 진행한 해당 바둑업체는 지금까지 대한바둑협회 공식 사업에 공개 입찰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전임 서효석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자체 감사를 실시, 해당업체를 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서 회장이 사상 초유의 ‘탄핵’을 당해 물러나면서 이 업체는 올해 대통령배를 다시 맡았다.
이상한 점은 2년 전에 비해 참가 인원이 200명 증가(올해 대회 1300명 이상 참가, 대한바둑협회 추산)했는데 수의계약으로 체결된 용역 비용은 2200만원으로 오히려 1000만원 이상 감소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해당 업체는 대한바둑협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019년 제1회 대통령배 당시 수의계약으로 6500만원을 수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공개 입찰을 통해 용역 업무를 수행한 업체가 여러 민원을 받았다”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던 바둑업체가 기술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배도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감사실은 “대한바둑협회가 정관에 따른 대한체육회 회원 단체임에도 책임과 의무인 규정 준수 및 공정하고 투명한 사무처(예산) 운영을 소홀히 했다”고 질타하면서 “예산·회계 질서가 매우 심각히 문란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19년 정기종합감사를 통해 지적된 사항이 이번 감사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되고 있다”고 문책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는 감사규정 제20조 제6항에 따른 행정적, 제도적, 재정적 제한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최후 통첩했다.
한편 대한바둑협회는 오는 24일 개최되는 대통령배는 수의계약을 통한 용역 업무를 발주하고, 다음 대회부터는 경쟁 입찰을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