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긴 ‘셔틀곡 여제’ 안세영이 배드민턴협회의 그릇된 행정을 ‘폭로’한 여파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미치고 있는 가운데 대한체육회의 첫 반응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7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안세영의 주장을 들었지만 협회의 어떤 점에 서운했는지 확실치 않고 주장의 근거가 모호하다”고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배드민턴협회에서 “안세영과 갈등이 없었다”고 면피용 발언을 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어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는 배드민턴협회와 별개로 안세영 선수에게 지난 2월부터 전담 지도자 2명 등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고 뜬금없이 대한체육회의 노력을 어필했다. 향후 문제가 커졌을 때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인터뷰에서 배드민턴협회가 부상에 안일한 대처를 보였고, 대표팀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사태는 과거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의 유일한 1승’을 따냈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한국기원으로 대표되는 바둑계와 맞섰던 사건을 상기시킨다.
당시 이 9단은 한국기원과 이미 한국바둑리그 운영으로 마찰을 빚다 사상 초유의 ‘휴직 사태’를 겪은 뒤였다. 이 9단은 ‘바둑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중국 갑조리그의 체계화된 운영 방식과 비교했을 때, 한국기원은 상위 랭킹 선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바둑리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 측에서 개선은커녕 오히려 이 9단을 징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 세계 랭킹 1위 신분의 이 9단이 휴직에 돌입하면서 바둑계는 아수라장이 됐다.
알파고와 대결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 산하 단체인 프로기사회(당시 친목 단체 성격)가 부당하게 금전적 편익(중국 바둑리그 상금 공제 등)을 취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사회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기원은 이번에도 문제 해결 대신 새로운 규정을 급조해 기사회 소속이 아니면 공식 프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이는 이세돌 9단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조기 은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세영의 폭로 이후 배드민턴협회의 향후 대처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됐던 일정을 바꿔 이날 오전 8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자료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어 “안세영 선수와 갈등은 없었다”면서 “안세영 선수가 왜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