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환경단체가 폐쇄를 촉구하는 가운데, 석포제련소 노동조합 측이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선동의 도구로 악용하지 말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12일 영풍 석포제련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환경단체 등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석포제련소 노동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석포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가”라며 “정작 우리의 목숨과도 같은 일터를 문 닫으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석포제련소주변환경오염및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단체)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요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앞서 지난 2일 오전 석포제련소 제2공장 옥상에서 작업 후 휴식을 취하던 하청업체 직원 50대 남성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석포제련소에선 지난해 12월 모터교체 작업 중 급성 아르신가스 중독으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냉각탑 내부 석고 제거작업 중 석고에 맞아 근로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들 환경단체는 지난 3월에도 광화문에서 상여 퍼포먼스를 하며 “노동자 죽음이 이어지는 영풍 석포제련소 장례 지낸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영풍 석포제련소 즉시 문 닫으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노조 측은 당연히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겨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일터를 폐쇄 등 선동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반박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이들(환경단체 등)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석포제련소에서 누구 한 명이 죽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것을 기다리고 반기는 것 같다”며 “그래야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고 선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이들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사망사고 건수를 거론하며 석포제련소에 ‘죽음의 공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더군다나 이번 사망 사고의 경우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우리들이 동료의 죽음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자신들의 ‘사망자 숫자 부풀리기’에 이용하려고 나섰다”며 “노조가 사측의 편을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시 돼야 하며, 우리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조는 사측에도 계속 안전 관리 및 환경 개선 강화를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다. 안전한 일터, 친환경 사업장을 만드는 데 우리 스스로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키는 데 우리보다 더 절실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그러나 지금처럼 환경단체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우리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선전의 수단’으로 악용하며, 우리의 일터이자 삶터를 흔드는 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석포제련소 근로감독 현황’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노동부 산업안전감독(5월27~31일)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60여 건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동부는 석포제련소에 시정조처 32건, 사법조처 13건, 과태료 19건(부과 금액 4억2000만원)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