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바둑은 ‘96년생 시대’…최정⋅김채영 우승 [흑백 세상]

여자 바둑은 ‘96년생 시대’…최정⋅김채영 우승 [흑백 세상]

2위 최정, 1위 김은지에 1패 후 2연승 역전 우승
김채영, ‘오유진 천적’ 입증하며 6년 만에 정상

기사승인 2024-08-16 08:06:43
최정 9단(오른쪽)이 김은지 9단에게 선취점을 내준 이후 2연승 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한국기원

1996년생 동갑내기 최정 9단과 김채영 8단이 하루 차이로 정상에 오르며 여자 바둑 ‘96년생 시대’를 선언했다. 두 기사 모두 결승 1국을 내준 이후 2⋅3국을 연달아 따내며 역전 우승했다는 점도 같았다.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유일한 우승자 최정 9단이 네 번째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4연패에 성공했다.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최정 9단이 김은지 9단에게 278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종합전적 2-1로 최종 우승자가 됐다.

1국에서 완패를 당하며 김은지 9단에게 랭킹 1위자리까지 빼앗겼던 최정 9단은 2국에서 완승을 거뒀고, 기세를 몰아 최종국까지 가져오며 종합 전적 2-1,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대국은 결승 최종대결답게 중반까지 팽팽하게 흘러갔다. 승률 그래프는 좀처럼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시종일관 5대 5 승부를 예측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최정 9단이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고 점점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최정 9단은 “우승을 많이 했지만 우승은 할 때마다 기쁜 것 같다. 이번 결승은 김은지 9단과 둘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조금이라도 배우는 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국에 임했다”면서 “요즘 성적이 좋지 않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마음고생을 하셨을 텐데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바둑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10년 8개월 간 여자랭킹 1위를 지켜왔던 최정 9단은 지난 5일 발표된 랭킹에서 11점 차이로 김은지 9단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이번 결승 맞대결에서 최정 9단이 2승1패를 거두면서 9월 여자랭킹 1위 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여자 랭킹 2위 최정 9단. 1위 김은지 9단에게 역전 우승을 하면서 권토중래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기원

한편 전기 대회 결승에서 최정 9단에게 패하며 준우승했던 김은지 9단은 이번 대회에서도 최정 9단의 벽에 막히며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은 5월 열린 예선에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42명이 출전해 5명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은 예선 통과자 5명과 전기 시드 최정⋅김은지 9단, 후원사 시드 스미레 3단 등 8명이 패자부활 토너먼트를 벌여 최정 9단과 김은지 9단의 결승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결승은 전기 대회와 마찬가지로 김은지 9단이 선취점을 가져갔지만, 최정 9단이 역전 2연승하면서 우승컵을 가져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후원하고 한국기원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방송을 맡은 2024 닥터지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4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1시간에 추가시간 30초다.

김채영 8단(오른쪽)이 오유진 9단을 상대로 ‘천적’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한국기원

김채영 8단이 IBK기업은행배 우승을 차지하며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상에 오른 김 8단은 한국기원 특별 승단 규정에 따라 ‘입신(入神)’의 경지인 9단 승단에 성공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14일 막을 내린 2024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김채영 8단이 오유진 9단에게 21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1으로 우승했다.

지난달 31일 결승 3번기 1국에서 선취점을 내줬던 김채영 8단은 이후 열린 2⋅3국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1패 후 2연승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김채영 8단은 본선 16강에서부터 김주아 3단, 허서현 4단, 이슬주 2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랭킹 3위 오유진 9단마저 돌려세우며 IBK기업은행배 첫 우승에 성공했다.

김 8단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결승 3번기 기간 동안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끝나서 홀가분하고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며 “오청원배 우승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그전만큼 더 잘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우승이 더 기쁘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정진해서 정상권에 머물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채영 8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우승 횟수를 3회로 늘렸다. 국내대회로는 첫 타이틀이던 2014년 19기 여자국수전 이후 10년 만이며, 2018년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초대 우승 이후 6년 만의 우승이다. 이번 IBK기업은행배를 통해 6년 만에 우승 한풀이에 성공한 김채영 8단은 9단으로 특별 승단하는 겹경사도 함께 누렸다.

한편 대회 첫 우승에 도전했던 오유진 9단은 2연속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IBK기업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 2024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2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다. 시상식은 오는 9월10일 열릴 예정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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