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한국 바둑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신진서 9단 란커배 우승 기념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 9단은 “바쁘신 와중에도 많이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올해 초에 영광스러운 일이 있어서 정말 축하도 많이 받고 개인적으로도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란커배 우승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큰 아픔이었던 란커배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올 시즌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해를 보내고 있다”고 밝힌 신 9단은 “저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남아있기 때문에 올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9단이 정조준하고 있는 대회는 삼성화재배다. “올해 농심배 이후 세계대회에서도 많이 아쉬웠지만 국내 대회에서도 몇 차례 패배가 있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말에 열리는 삼성화재배”라고 각오를 다졌다. 신 9단은 “삼성화재배에서 한 번 우승 한 적이 있지만 그동안 운이 안 따라준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일류 기사에게는 운 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공지능 등장 이후 달라진 바둑 풍토도 짚었다. 신 9단은 “AI가 등장한 이후 바둑 해설은 더 재밌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는 바둑을 볼 때 형세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끝까지 승패를 모르는 상황에서 관전했다”고 짚었다. “지금은 한 수 한 수 스포츠처럼 역동적으로 관전하고 해설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신 9단은 “AI가 특히 바둑계에 영향을 더 많이 준 건 사실인데, 그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8년 전 알파고가 처음 등장한 순간으로 돌아가 승부를 펼친다면 어떨까. 신 9단은 “알파고와 승부 해보고 싶다”면서 “제가 당시 알파고와 대국한다면 승패는 알 수 없지만 모든 분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 9단은 “승패를 예측한다면 과감하게 3승까지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신진서 9단은 지난달 첫 에세이집 ‘대국: 기본에서 최선으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얼마 전 삼성화재배 통합 예선에 출전한 중국·일본 프로기사들이 앞다퉈 신 9단의 에세이를 구매해갔다”고 전했다.
자서전에서 신 9단은 “인간과 AI의 실력이 두세 점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것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상당한 수준을 갖춘 프로기사의 경우, 자신의 스타일로 바둑을 두어도 AI가 제시하는 정답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둑이 내포한 궁극적인 정답에 AI만큼이나 인간도 가까워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어 “인간이 바둑을 두는 한 기풍(바둑 스타일)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면서 “묘수 또한 언제나 등장한다. 이길 수 있는 기풍을 만들고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신 9단은 올해 바둑 역사상 최초로 연간 상금 15억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신 9단은 “어릴 때는 대회 나갈 때 상금을 보지 않았다. 대국료도 검색해보지 않았고 시합 하나만 보고 뒀다”면서 “20대 넘어가니까 시합 두기 전에 상금도 검색해보는 편이긴 하다”며 웃었다. “상금은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신 9단은 “바둑기사가 타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아무래도 상금이 부족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상금을 획득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진서 9단은 지난 8월19일~21일 중국에서 열린 제2회 란커배 결승에서 중국 강호 구쯔하오 9단을 2-0으로 완파하고 메이저 세계대회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1회 대회 결승에 이은 리턴매치로 펼친 승부에서 승리한 신 9단은 초대 대회 결승 1-2 역전패 설욕전도 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