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 속에 9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728조86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725조3642억원) 보다 2조7227억원 늘어난 숫자다.
3년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달 증가폭(9조6259억원)의 27% 수준이다. 이달 말까지 남은 열흘간 현재의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한 달간 증가 규모는 4조1000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전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가계대출 둔화세는 길었던 추석연휴, 이달들어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또 은행들의 대출 억제책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DSR 단계별‧만기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에 따르면, 2단계 스트레스 DRS 시행 후 은행별 한도는 4500~9300만원 축소됐다. 이는 다른 대출이 없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연봉 1억원인 금융소비자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를 가정한 값이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의 대출한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의 40년 만기 주담대 한도는 스트레스 DSR 1단계 시행 시 8억2150만원이었지만 2단계 시행에 따른 대출한도는 9300만원 줄어든 7억2850만원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한도 감소폭은 6950만원 수준이었고, KB국민은행이 6504만원, 우리은행이 6480만원, 하나은행이 5700만원 한도가 줄었다.
강민국 의원은 “2단계 DSR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완화될 수는 있으나 소비자들이 계획한 대출 규모의 부족한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로 연결되고 있어 더 심각한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의원은 “가계부채 증가를 줄이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대출 규제이기는 하지만 실수요자를 더 심각한 가계부채로 내몰리게 할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등 방안을 모색하고 2금융권과 대부업권의 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