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 여수 감독이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핵심 전력’인 2지명 조혜연 9단을 오더에서 제외하는 승부수를 띄운 이 감독의 전략이 적중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10라운드 오더가 발표됐다.
오는 26~29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10라운드 1~4경기가 펼쳐진다. 리그가 후반기로 접어든 가운데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는 팀들의 오더 전략과 용병술이 관심을 모은다.
먼저 26일 열리는 10라운드 1경기에선 리그 선두를 형성하고 있는 1위 평택 브레인시티와 2위 보령 머드가 만났다. 안형준 감독이 이끄는 평택은 이번 시즌 ‘신생팀 돌풍’을 광풍으로 만들면서 후반기에도 리그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반기 선두이자 현재 2위를 마크하고 있는 보령과 대결에서 평택은 ‘중국 용병’ 리샤오시 카드를 준비해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1-2위 맞대결답게 어느 한 판도 한 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 느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국 김다영-김주아 2지명 맞대결, 3국 김민서-스미레 주장전은 ‘동 지명전’으로 호각세. 최근 최정 9단, 김은지 9단 등 강자들을 연이어 격침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슬주가 중국 용병 리샤오시와 격돌하는 2국도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리그 3위 삼척(6승3패)과 4위 부안(5승4패)이 각각 하위권 팀들을 상대하는 동안, ‘리그 최강’ 김은지 9단을 보유하고도 5할 승률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이현욱 감독의 여수(4승5패)는 ‘반타작’을 노린다. 최하위 철원이 1승8패, 7위 서울 부광약품이 2승7패로 쳐진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최소한 5할 승률을 맞춰놓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중차대한 승부에서 이현욱 여수 감독은 팀의 핵심 전력인 2지명 조혜연 9단을 오더에서 제외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조혜연 9단은 지난 8월27일 쿠키뉴스 보도로 다음 시즌 여자바둑리그 불참 소식이 알려진 바 있다. 조 9단은 여자리그 원년 대회부터 10년 연속 주전으로 맹활약한 여자 바둑계 터줏대감이다.
이번 시즌 여수는 이미 조 9단을 오더에서 여러 차례 제외했다. 지난 8월4일 4라운드 4경기 철원과 대결, 8월18일 6라운드 4경기 포항과 대결이 대표적인데, 모두 일요일 경기였다. 조 9단은 종교적인 이유로 일요일에는 대국을 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10라운드 3경기 여수의 경기일은 28일 토요일이다. 조 9단이 출전할 수 있음에도 오더에서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이현욱 감독의 초강수가 통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변수는 이번에도 오더. 10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김은지 9단은 전반 라운드(1~2국)에만 무려 9번 출전한 반면, 후반 라운드인 3국에는 단 1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10라운드에서도 ‘필승 카드’ 김 9단은 2국에 자리했는데, 상대 팀 서울 부광 약품에서 3지명 이나현 1단을 배치하면서 여수로선 마음에 들지 않는 오더가 나왔다. 1국에서 상대 2지명 최서비와 3지명 김은선, 3국에선 상대 주장 김채영과 후보 선수인 이나경이 대결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수가 오더 열세를 극복하고 귀중한 승점을 따내면서 ‘5할 승률’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하위권으로 분류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168대국)로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진행하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 팀을 결정한다.
우승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는 각자 40분에 매수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자 10분에 매수 추가시간 20초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