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리베이트’ 뿌리 뽑는다…의사·제약사 세무조사 추진

국세청, ‘리베이트’ 뿌리 뽑는다…의사·제약사 세무조사 추진

수천만원 결혼 비용 및 대형 가전 대납·제공, 카드깡 활용 사례 확인
“의료계 카르텔 강고…정당한 세금 부과할 것”

기사승인 2024-09-25 15:07:00
국세청 전경. 국세청

국세청이 불법 리베이트에 가담한 제약사 16곳을 비롯해 의료인, 병의원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추진한다.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득을 얻는 자를 색출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 중에선 병원장의 배우자, 자녀 등을 주주로 등재시킨 뒤 배당금으로 수십 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쓴 사례가 확인됐다. 또 영업대행사(CSO)에 고액수수료를 지급해 별도 자금을 조성한 후 리베이트로 변칙 지급하는 방식도 적발됐다.

직원 가족 명의로 만든 위장 CSO에 허위용역비를 지급하는 형태로 자금이 마련됐고, 이를 CSO 대표가 고액 급여로 수취한 후에 현금으로 인출해 의료인 유흥주점 접대 등에 사용했다. CSO에서도 병원 소속 의사들을 주주로 등재시킨 뒤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의원 원장 부부의 예식비, 신혼여행비, 예물비 등 결혼 관련 비용 수천만원을 대납하거나, 병원 소속 의사가 서울 최고급 호텔에 숙박한 비용 수백만원을 대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의사 자택이나 의원 소재지로 명품소파 등 수천만원 상당의 고급가구나 대형 가전을 배송하고, 병원장에게 약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마트 등에서 카드깡으로 현금을 마련한 후에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한 사실도 파악됐다.

국세청은 “과거 세무조사에서는 의약품 시장이라는 구조적 제약과 리베이트 건별 추적 시 소요되는 인력·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제공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며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리베이트로 최종 이익을 누리는 자를 파악했고, 그 결과 의약품 리베이트를 실제 제공받은 일부 의료인들을 특정해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조사대상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여줘 의료계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리베이트 탈세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조세포탈,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하겠다”며 “앞으로도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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