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업계 8위(2023년 말 기준)인 신한투자증권이 ETF(상장지수펀드) 선물 매매 도중 1300억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냈다. 손실은 실무자가 LP(유동성 공급자) 업무와 무관하게 보유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 발생했다. 특히 당사자가 사고를 감추려한 징후가 포착돼 논란은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14일) 오전 신한투자증권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이 LP업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투자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직원 관리 소홀을 사유로 기관 제재가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고 사고 금액이 크다보니,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제재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2일과 이달 10일 사이, ETF LP로서 자금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선물 매매로 약 13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회사가 금감원에 자진신고하며 사고가 알려졌지만 자금운용 과정에서 스와프 거래(미래 특정시점 또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 등을 교환하는 거래)가 허위로 등록되는 등 미비점이 드러났다.
증권가는 이번 사건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조직이 달라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면서도 “이렇게까지 큰 사고 금액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사가 이뤄지면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라며 “크로스체크가 됐다면 일어나기 쉽지 않은 사고”라고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했다.
13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개인에 의해서 발생하자 업계도 분주해졌다. 서둘러 직원 관리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 일탈”이라면서도 “증권사가 빨리 파악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사고를 계기로 회의를 하고 내부 시스템 점검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안이 어떠냐에 따라서 신한도 검토할 것이고 개인일탈로 본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인일탈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 측도 “현재 내부 조사 중이고 손실을 어떻게 메울진 예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법적 조치는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시스템 재점검은 수반돼야 할 업무”라며 “구체적인 방향성은 조사 이후에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정부도 이번 사고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4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철저한 검사와 함께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