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주한미군 시설에서 큰불이 발생해 소방 당국이 11시간째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단계까지 격상됐던 화재 대응 단계는 1단계로 하향됐다.
25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24일 오후 6시 31분께 부산 동구 범일동 55보급창에서 불이 나 11시간 이상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불이 난 곳은 55보급창 내 배관 등 공사 작업 중이던 냉동창고다. 사고 1시간 전쯤 작업자들이 공사를 완료하고 철수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 55분 기준으로 2단계까지 격상됐던 화재 대응 단계는 화재 발생 6시간 30여분만인 25일 오전 1시 3분께 1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51대의 장비와 163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미군도 자체 인력 11명과 소방차 3대로 진압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불이 쉽게 꺼지지 않은 원인에 대해 “해당 창고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스티로폼 등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들어진 판재를 말한다.
또한 창고 내부에 우레탄, 고무 같이 불에 취약한 공사 자재들이 쌓여 있던 데다, 미군 군사보안 시설이라는 점도 진화를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주변 건물로 불이 번지지 않았고 계속 화재를 진화 중"이라며 “미군 소속 소방대와 함께 인접 창고로 연소가 확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설은 일제 강점기 말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 군수 물자를 보관하려고 조성된 것으로, 해방 후 미군에 접수돼 부산항으로 반입되는 미군 장비를 전국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창고 역할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