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옥씨(가명·65세)는 지난 2020년 암세포가 전신에 퍼진 림프종 4기 진단을 받아 가천대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3년 만에 림프종이 재발해 작년 9월 항암치료를 시행했다. 올해 1월에는 자가 조혈모세포이식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월 다시 림프종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법을 쓰기로 했다. 김씨는 조혈세포이식병동 무균실에 입원해 8월29일 카티 치료제 주사를 맞았다. 치료 약 한 달 후 PET-CT 검사 결과 림프종이 완전관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관해란 암 병변이 모두 사라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4주 이상 지속된 경우를 의미한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 4월 경인지역 최초로 CAR-T 세포치료센터를 개소해 림프종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 앞으로 CAR-T 치료제는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다양한 혈액암 치료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CAR-T 세포치료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만 추적해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해 유전자 변형을 거친 뒤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 외부 물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림프종, 다발골수종은 약물 치료 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도 일정 기간 이후 재발할 위험이 크다. 이런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치료제가 바로 CAR-T 치료제다. 일부 혈액암 환자는 한 번의 투여만으로 완치할 수 있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있다. 킴리아는 1회 투여 비용이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이지만, 지난 2022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었다. 기존 치료 방식이 듣지 않거나 재발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25세 이하의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등이 급여 적용 대상이다.
병원에서 CAR-T 세포치료를 시행하려면 첨단 시설·장비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을 갖춰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3월 CAR-T 세포치료센터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했다. 센터는 채집된 T세포를 추출하고 동결, 보관 처리까지 가능한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시설을 조성했다.
센터 아래층에는 국내 최대 무균 1인실을 보유한 조혈세포이식병동이 위치해 있다. 이 병동은 15개 전 병상이 첨단 감염 관리시스템을 갖춘 1인 무균실로 운영되고 있다. 혈액내과 유쾌한 교수가 센터장을 맡아 혈액내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신경과, 중환자실을 연계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재훈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CAR-T 같은 면역치료는 지난 30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서 “2017년 미국에서 최초 승인 후 2022년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등 치료법을 찾지 못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AR-T 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