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인한 편도암 등 구인두암의 남성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게만 지원하고 있는 백신 접종을 남성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구인두암 환자는 2013년 611명에서 2023년 122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216명을 기록한 여성 구인두암 환자와 비교하면 5.7배 많은 숫자다.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외에 자궁경부 전암 병변, 외음부암, 항문암, 입인두·혀·편도 등의 두경부암을 일으킨다. 더불어 생식기의 사마귀, 호흡기에 생기는 유두종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두경부암 중 설암과 잇몸암 남성 환자가 급증세다. 남성 설암 환자는 2013년 2128명에서 2023년 391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잇몸암 환자도 같은 기간 391명에서 699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여성의 대표적 HPV 암인 자궁경부암 환자는 2013년 2만7327명에서 2022년 2만4652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환자가 줄어든 이유로는 HPV 백신 접종이 꼽힌다. 질병관리청은 HPV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12~17세 여성 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남성 환자 증가에 따라 HPV 백신 무료 접종을 남성이 포함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지원하는 국가는 31개국이다. 이 가운데 예방 범위가 가장 넓은 9가 백신을 사용하는 곳이 25개국, 2·4가 백신을 쓰는 나라는 6개국으로 OECD 대다수 국가가 남녀 모두에게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이 여성에 한해 백신을 지원하는 국가는 6개국(2·4가 4개국, 9가 2개국)에 불과하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구인두암 등 주요 질환을 90% 이상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비용효과분석 등을 통해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우선순위 평가를 거쳐 도입 타당성을 확보한 바 있으나 예산 문제로 매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남아 HPV 백신 무료 접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HPV 바이러스로 인한 남성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며 “OECD 국가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남녀 모두에 대한 백신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더 이상 예산 부족을 핑계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HPV로 인한 남성 난임 확률 증가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에서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라도 국가적 수준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