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업체 이용자 상호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그리드 프로그램’에 악성코드 공격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에 대한 수사를 이어 온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KT 법인과 회사 관계자 13명을 지난 8월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KT는 앞서 2020년 분당 데이터센터에서 고객 PC에 대한 악성코드 공격을 통해 그리드 프로그램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제어한 혐의를 받고 있다. KT는 수년간 이 같은 방식으로 100만대 이상의 PC를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드 프로그램이란 업체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 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P2P 서비스다. 각 개인 PC 내 자료를 찾아 서로 공유하도록 해주는 만큼 작업 처리가 빠를 뿐만 아니라, 업체의 데이터 전송료를 낮춰줘 다수의 웹하드 업체가 이용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웹하드 업체 이용자들은 KT가 인터넷상 주고받는 데이터인 ‘패킷’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PC를 제어하자 그리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망 제공자인 KT 입장에선 그리드 프로그램이 보편화될수록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KT 이용자가 타 유선인터넷 사업자의 통신망에 접속할 경우 KT는 해당 회사에 상호접속료(통신사 간 내야 하는 일종의 통행세)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리드 프로그램을 통한 개인 간 데이터 전송이 늘어나면 KT가 내야 할 상호접속료 역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그리드 프로그램이 없다면 웹하드 업체 이용자들은 업체 서버를 통해서만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업체는 망 제공자에 지불해야 할 데이터 전송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KT에는 이득이다.
이 때문에 KT와 웹하드 업체들은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을 둘러싼 소송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 소송에서 승소한 KT는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관련 트래픽을 차단하는 행위를 해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KT가 트래픽 차단을 넘어 악성코드 공격과 같은 부적절한 조치를 한 정황이 나오자 피해를 본 웹하드 업체가 지난 2020년 6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 끝에 지난해 10월 KT 법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지난 5월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추가 수사한 뒤 이러한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당시 의원들의 질의에 김영섭 KT 대표는 “장기간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상태에 온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면서도, 악성코드 공격과 관련해서는 “보고받기로는 악성 프로그램을 제작해 고객 정보를 해킹 또는 감청하는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 측은 “PC 및 인터넷 성능 저하 등 문제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변칙 P2P에 대응하고 있으며, 당사는 그리드 프로그램 제어에 대한 정당성을 대법원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면서 “해킹 혐의는 상대(웹하드 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제어 방식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어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