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12만9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지급 △설·추석 귀향비 각각 20만원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9.67%가 나오며 부결됐다.
이 중 기본급은 사측이 직전 제시한 12만2500원보다 6500원 올라 조선 빅3 한화오션(11만7404원), 삼성중공업(12만1526원)과 비교할 때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교섭 중 24차례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임금이나 명절 귀향비 인상 규모 등이 조합원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영업이익 1조원 달성 가능성에 비해 실질 임금 인상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잠정합의한 단협 조항에는 그동안 노조가 주장해왔던 정년연장에 대한 언급이 없고, 올초 논란이 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에 대해서도 ‘개선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취지의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교섭이 올해를 넘길 경우 조선소 내 물류가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19년과 2020년 노사는 극심한 대립으로 모두 연내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두 해를 넘겨 2021년에서야 2년치를 몰아서 교섭을 마무리한 바 있다.
파업 과정에서 조선소 내 물류가 막혀 실질적인 생산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계에 관심을 드러낸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 시 반사이익 기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을 요구한 상황에서 노사관계 갈등이 지속돼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조선업 협력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경영 전략에 맞는 협조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자격에 해당하는 'MSRA'를 취득하며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