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저출생 문제가 단순히 인구 감소에 그치지 않고, 인구구조 변화를 초래해 국가 성장 동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출산과 육아를 국민의 ‘책무’로 여기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 행복을 위한 권리’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배경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20주년 및 쿠키뉴스TV 개국 16주년 기념행사’에서 “합계출산율 0.72명은 정책과 정치, 공동체의 총체적 실패를 의미한다”며 “국가·정치·기업·가정·개인이 협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가족에서 찾는 국가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이 원장은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먼 미래의 일’ ‘나와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본능적인 영역에 있었으나 이제는 이 영역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려 한다”며 “현재의 불안함에 결혼·출산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많다. 결혼·출산·양육에 대해 청년들은 편익이 줄고 비용이 늘어난다고 판단하면서 가족공동체 가치가 하락했다. 국가 성장 동력 위기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가 줄면서 축소사회로 가면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사회 소멸 등 이미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존 인구구조)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된 것”고 했다.
현재의 법과 제도는 인구가 빠르게 팽창할 당시 설계된 것인 만큼, 인구가 감소할수록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인구가 늘면 은퇴하는 근로자가 연금을 많이 가져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존 정책과 제도 유지가 가능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반대로 인구 감소세로 가면 지금과 같은 제도와 법을 유지하는 절대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당장 현실에서 먹고 살기도 바쁘고 힘들어 이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합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 묻혀 미래를 못 보는 것입니다.”
하락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독일의 경우 서독과 동독이 통일할 당시 합계출산율은 1.0명 아래로 하락했다. 1.5명까지 올리는데 35년이 걸렸다고 한다. 일본 나기쵸 지역은 20년간 파격적인 육아 지원으로 합계출산율을 2000년 1.4명에서 2022년 2.95명으로 늘렸다.
이 원장은 저출생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복합적인 진단과 해결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제도적 수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청년 지원 △부의 세대 간 이전 촉진 △기업의 가족친화적 인구경영 △여성인력·노령인구·외국인 인력 활용 △저출생대응특별회계 신설 등 적극적 재원 마련 △인구전담부처 설치 관련 법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데 언론 방송·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저출생·고령사회기본법 제5조(국민의책무)에 따르면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저출산·고령사회정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책무가 아닌 ‘국민의 권리’입니다.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앞으로 만들어질 인구 관련 법안에 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