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윤석열표’ 주요 산업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총 4조1000억원가량 감축한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의 원전 예산도 크게 감액됐다. 당초 정부는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에 1500억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에 329억2000만원 등 약 2140억원을 편성했지만,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예산을 1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이고, SMR의 일종인 SFR(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 예산을 70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이는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예산을 크게 줄였다. SFR은 냉각제로 물 대신 소듐(나트륨)을 사용, 물보다 끓는점을 낮춰 사고가 나도 과열될 가능성이 낮은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당초 정부는 오는 10일 우원식 국회의장 중재로 진행되는 여야 예산안 재협의를 통해 원전 예산 등 협상을 이어가려 했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해제 이후 야6당이 탄핵 추진에 몰두하면서 이 또한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원전 발전량 비중은 30.68%로 ‘탈원전’을 주장해 온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30.66%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오랜 기간 계류됐던 신한울 3·4호기가 착공에 돌입하는 등 추진력을 얻고 있었으나 계엄령 여파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 3월 수주 계약 체결 예정인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우려부터 나온다. 업계에선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수주 무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지만, 체코 정부가 입찰 과정에서부터 ‘다시 탈원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던 만큼 이를 완전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같은 대규모 사업은 G2G(정부와 정부) 형태로 추진돼 정부가 직접 나서는 사례가 대부분인데, 체코 원전 수주를 기점으로 원전 수출을 확대하려던 움직임이 향후 다소 둔화될 예정인 것은 사실”이라며 “현 상황대로라면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2050 원전산업 로드맵’도 실효성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해 온 대왕고래(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도 표류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이 관련된 내년 예산 497억원 전액을 삭감하면서, 당장 다음 주부터 진행될 예정인 1차 시추를 사실상 한국석유공사가 떠안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래 시추 비용의 절반은 정부가 분담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선 1회 시추에 150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다섯 차례 시추가 예정돼 있는 만큼 석유공사의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정작 석유공사는 현재 약 5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개발 출자를 지원해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갑자기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줄곧 여야 갈등의 쟁점이 된 데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여타 현안보다 더욱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생태계 정상화,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수주, 동해 심해 가스전 1차공 시추사업 등 주요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