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한테 소유 당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반대로 내가 사랑한다고 해서 소유욕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사랑’을 다시금 정의한 배우 공유(45)의 고백이다.
‘트렁크’는 김려령 작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멜로 스릴러 드라마다.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 기간제 결혼 서비스 등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결국 이 작품은 상처 입은 두 영혼 노인지(서현진), 한정원(공유)이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공유는 23년간 연예 활동은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았다고 돌아봤다. 이 가운데 깨달은 지금 자신은 ‘다소 건조한 사람’이며, 그렇게 ‘트렁크’ 속 버석버석한 한정원을 만나게 됐다고 얘기했다.
“기본적으로 과한 것을 경계하는 결벽 같은 게 있어요. 차라리 좀 부족한 편을 선호해요. 너무 앞서가서 감정을 과잉 표현하는 것을 조심하려고 해요. 그런 점에서 (한)정원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없었어요.”
오히려 한정원이 이해되는 쪽에 가깝다고 했다. “캐릭터가 이해됐으니 출연을 결심한 거죠. 언제부턴가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아픈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부분은 본질적으로 닿아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노인지를 만나기 전 이서연(정윤하)에 대한 한정원의 사랑은 종속에 가깝다. 공유는 한정원이 이서연을 진짜 사랑했을지 묻는 말에 “일종의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 큰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인물이에요.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이 멈췄다고 봤어요. (이)서연이는 소유의 사랑과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혀 (한)정원이를 가스라이팅 한 거라고 생각했고요.”
실제로 지향하는 사랑은 독립적이고 성숙한 관계라고도 했다. “사랑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의리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다만 저도 아직 부족하고, 고장 날 때도 있지만, 제가 바라는 관계는 소유의 사랑과 멀어요. 확실한 독립성을 가지고, 좀 더 성숙한 관계였으면 하죠. 이상적이긴 하지만, 노력하려고 해요.”
비슷한 결로 한정원의 대사 중 “난 항상 뺄셈부터 생각해요”에 공감했다는 그지만, 극 중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트렁크’처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털어놨다. “연기할 때 예민함이요.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나를 갉아먹을 때가 있어요. 버리고 싶은데 버릴 수가 없어요. 사람이 잘 안 바뀌더라고요(웃음). 예민하기 때문에 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못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요. 쉽게 버릴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