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을 거쳐 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의 증인들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탄핵을 촉구한 인파 속에는 지난 1980년 5월18일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광주에 있었던 김영주(65·남)씨도 있었다. 김씨는 지난 3일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왔다.
김씨는 “대학 입학 후 광주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다”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금의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며 흐느꼈다. 김씨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44년 전 5월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조현환(55·남)씨는 지인들과 돈을 모아 맞춘 떡을 들고 여의도를 찾았다. 조씨는 “광주에서 ‘5월의 떡’을 들고 왔다. 44년 전 광주는 고립 그 자체였다. 지금은 전국에 탄핵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탄핵의 떡’을 나눠주며 44년 전이 떠오른다. 전 국민 한 마음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응원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설명했다.
시위 현장을 찾은 60대 노모(여)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상흔을 입은 오빠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노씨는 “오빠는 5·18 이후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3일 계엄령 직후 오빠가 생각나 국회 앞으로 뛰어 나왔다”며 “청년들이 경찰에 끌려가지 않도록 매달려 막았다. 내 몸이 망가지더라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아픈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도 떡과 유자차를 나누는 ‘오월밥차’를 보냈다.
6월 민주항쟁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 박모(52·남)씨는 “당시 최루탄으로 가득했던 서울이 기억 속 생생하다. 시민들이 투쟁해 어렵게 만든 민주주의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