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에서는 이미 비상을 알리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치솟기 시작했다. 한국 정치가 불안해 지면서 대외신인도가 하락한 결과다. 이후 환율은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 발표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로 1487.7원까지 치솟았다. 15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환율 상승에 유학 중인 자녀 학비를 부담하는 부모님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기업들의 곡소리만 늘어간다.
위기를 인식한 듯 사람들의 지갑도 빠르게 닫히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와 고물가 충격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붕괴를 불러온다. 이미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이후 최대’ 수준에 달했다.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도 1조300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은 명확하다.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먼저 정국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 국내 요인에 의한 경제 불확실성을 정리해 환율 안정을 꾀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정이 경제 문제만이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여·야·정 협의를 통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에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문제도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뭉치지 않으면 무너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