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10살 ‘훌쩍’…변화보단 안전 [나이 드는 K게임①]

평균연령 10살 ‘훌쩍’…변화보단 안전 [나이 드는 K게임①]

기사승인 2025-01-18 06:00:09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사회를 일컫는다. 게임은 대표적인 ‘젊은 산업’으로 꼽혀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역동성과 창의성이 특징으로, 이용자층은 물론 게임사 대표들 역시 젊었다. 이제는 게임 산업 역시 고령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성큼 다가온 미래, 고령화는 게임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편집자 주)

그래픽=유채리 기자

역동성 넘치던 국내 게임 산업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발휘하던 성장하는 산업의 대표 주자에서 기존 문법을 답습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52.24세. 게임사 12곳 대표 17명 나이 평균이다. 넥슨, 넥슨코리아,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시프트업, 스마일게이트홀딩스, 펄어비스, 위메이드, 컴투스, 컴투스홀딩스, 네오위즈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연생 한 번씩 다시 확인)

50대가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5명, 60대 1명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대표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로 1961년생, 올해 연나이로 64세이다. 가장 젊은 대표는 넥슨코리아 강대현 대표로 1981년생 44세다.

10년 전과 비교해 평균 연령이 10살 정도 올라갔다. 지난 2015년 각 게임사 대표 11명 평균 나이는 42.25세다. 11명 중 8명이 40대로 가장 많았고, 30대는 4명뿐이다. 당시 넥슨 재팬 오웬 마호니 대표가 49살로 가장 나이가 많았고, 김대일 당시 펄어비스 대표가 35살로 가장 젊다.

일각에서는 회사를 이끄는 대표들이 고령화되며 안전 추구가 우선돼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호 게임 장르가 변화하는 흐름과 달리 이미 성공을 맛 본 게임 장르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게임사를 이끌던 인물들이 여전히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나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이 그 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개발 직군에 종사했던 A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으로 성공을 맛봤던 이들에게는 여전히 해당 장르가 흥행 진리로 여겨진다”며 “이용자층이 넓어지는 만큼 장르 다변화를 통해 이들을 흡수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게임 산업 같은 경우, 기존 대표들이 여전히 있거나 ‘올드맨’이 돌아오는 등 기존 방식을 반복하며 악순환되는 꼴”이라고 이야기했다.

신생 기업이 성장하며 산업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성장 기반이 되는 벤처투자도 활발하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임소프트웨어 투자액은 1357억원이다. 2021년 242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690억원으로 감소하며 내림세가 유지되고 있다.

과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비교적 업력이 짧음에도 넥슨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 크래프톤은 벤처투자 성공 사례의 대표적 예시다. 2009년 크래프톤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는 자금 부족 상태에서 마땅한 매출이 없어 위기였다. 이에 케이넷투자파트너스가 블루홀에 99억원 초기 투자를 단행했고,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 역할이 됐다. 보다 앞서 지금의 주류 게임사를 만드는 초대가 된 것 역시 2000년대 초중반 이뤄진 벤처 투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당시 문화를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고 특히 게임업계 집중했다”며 “벤처 투자 역시 활발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체 게임 산업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혁신성이나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소수 대기업만 굳건한 방향으로 가게 되고, 인디나 1인 개발 쪽은 뒷받침이 안 되니 산업 전체 지속 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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