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1일 지난해 11∼12월 중견기업 800곳을 대상으로 ‘2025년 중견기업 투자 전망 조사’를 한 결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계획에 관한 물음에 응답 기업의 50.4%는 ‘없다’고 했다. 49.6%는 ‘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38.2%)과 경영 실적 악화(19.6%) 등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49.6% 가운데 작년보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1.5%에 그쳤으며,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답은 35.8%, 투자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응답은 22.7%를 기록했다.
올해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중견기업들은 그 이유로 내수시장 부진(40.0%), 경기 악화 우려(24.4%), 생산 비용 증가(10.0%), 고금리·자금조달 애로(7.8%) 등을 들었다.
투자 확대를 계획한 중견기업들은 주력사업 확장(35.7%), 신사업 진출 강화(26.7%), 해외 시장 진출 확대(17.0%), 노후 설비 개선·교체(11.5%) 등의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 가운데 해외 투자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19.6%에 그쳤다. 국내 설비 투자 계획이 있다는 답은 70.0%,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이 있다는 답은 37.0%로 집계됐다.
중견기업의 투자 확대를 견인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세제 지원 확대(38.0%), 물가 안정 및 내수 활성화(21.6%), 금리 인하(20.1%), 정책금융 강화(8.5%), 노동 등 경영 환경 개선(8.5%) 등이 꼽혔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악화된 경제 상황 하에서 절반(49.6%)의 중견기업이 일부 규모를 줄이더라도 올해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는 중견기업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면서도 “대내외 혼란이 확대되면서 투자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중견기업의 투자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수”라며 “정책금융의 문턱을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견기업의 투자 자원으로서 정책금융 1.6%, 내부자금 52.9%라는 고질적인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노동, 환경, 세제 등 법·제도 환경을 시급히 개선함으로써 중견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실효적으로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