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주민 위한 특별한 가게…동행스토어 ‘온기창고’ [가봤더니]

쪽방촌 주민 위한 특별한 가게…동행스토어 ‘온기창고’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5-02-18 06:00:08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온기창고 1호점’. 김다인 인턴기자

볶음김치, 컵라면, 쌀 등 먹거리부터 찜질팩, 벌레 퇴치제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이 물건들을 바구니 가득 담더라도, 계산할 때 지갑은 꺼내지 않아도 된다. 이곳은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편의점 ‘온기창고’다.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온기창고 1호점’에는 다채로운 생필품들이 진열대에 가득했다. 반찬과 간편식품을 비롯해 안전버너와 전기매트까지 고가의 상품도 눈에 띄었다. 시는 앞서 지난 2023년 7월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1호점’을 열고 첫 영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종로구 돈의동에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쪽방 주민들에게 후원물품을 배분할 때 선착순과 줄서기 관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후원물품을 받기 위해 한파와 폭염에도 쪽방상담소 앞에 줄을 서야 했다. 선착순 경쟁에 유리한 이들이 물품을 독차지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이 배급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쪽방촌 주민은 매주 2만5000포인트씩 월 10만 포인트를 받아 이를 온기창고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 등록을 하면 적립금이 든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초콜릿 등 간식은 1000포인트, 찜질팩 등은 5000포인트로 살 수 있다. 고가 물품일수록 포인트 점수도 높아진다.

10만 포인트는 약 10만원 상당이다. 온기창고는 쪽방촌 주민들이 포인트 내에서 물건을 고르고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기능도 한다. 전익형 서울역쪽방상담소 행정실장은 “한 번에 모두 사용하시지 않도록 매주 2만5000포인트씩 나눠서 드리고 있다”며 “포인트가 남는 경우 그에 맞춰 견과류나 간식을 구매하시곤 한다”고 말했다.

온기창고는 여러 민간기업과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전 실장은 “매일유업에서는 분기별로 온기창고에 건강한 우유를 제공하고 있다”며 “‘온기창고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종로구 돈의동 온기창고를 찾아 1억원 상당의 물품과 기부금을 전했다.

시는 앞으로 온기창고를 후원물품 배분이라는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쪽방주민의 자활·재활사업으로 영역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수요가 낮은 양질의 기부물품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온기창고에 재투자하거나 알콜 의존치료 등 주민 재활프로그램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온기창고 운영 지원을 약속한 세븐일레븐도 일자리 창출 등 쪽방주민의 자활을 위해서도 공동 협력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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