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늘린다는 임상병리과…“졸업해도 갈 곳 없어” 커지는 우려

입학정원 늘린다는 임상병리과…“졸업해도 갈 곳 없어” 커지는 우려

기사승인 2025-02-26 13:10:28
이도왕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공보부회장이 21일 협회 강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임상병리학과 입학 정원 확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제공 

정부가 내년 임상병리학과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임상병리사의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는 만큼 오히려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지난 21일 협회 강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교육부가 최근 전문대학에 공문을 보내 내년도 전문대학 학생 정원의 조정 계획을 안내했다”며 “임상병리학과 정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어 “협회와는 전혀 상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일자리가 없는 현 상황에서 임상병리사의 처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문대학의 교육 여건과 사회적 인력수급 전망 등을 반영해 학생 정원을 조정(증원)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서류를 검토해 오는 3월 증원할 대학을 선정하고, 수시 모집 시기인 6월 전에 학과 인원을 확정하게 된다. 

국내 임상병리사 면허등록자 수는 2019년 6만469명에서 연평균 4.01%씩 증가해 2023년 7만771명에 이르렀다. 총 인구 수 대비 임상병리사 인력도 나날이 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임상병리사 수는 2019년 1.17명에서 2023년 1.37명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취업이 가능한 병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협회가 ‘근무 인원 대비 학과 정원 비율’(2022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외 지역은 공급초과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41.5%, 대전광역시는 31.2%의 학생이 근무 인력 수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청남도, 충청북도는 각각 30% 이상, 경상남도는 24.7%의 인력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

김기유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외협력정책실장은 “결국 지역 안에서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은 일자리가 비교적 많은 서울과 경기로 향하게 된다”며 “취업 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병리사들은 적체가 되어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검사가 자동화되면서 병원에서도 임상병리사 인력 수를 줄이고 있고, 지난해 2월 의정사태가 일어난 이후 의료계에서 전반적인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간호사나 물리치료사와 달리 임상병리사는 정규직 자리가 적고 시간제 인력이 많아 사실상 일자리가 없고 평균 임금도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도왕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공보부회장은 “지방 대학에서는 늘어난 정원 수 만큼 학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을 채우기 위해 합격 성적 기준을 계속 낮추면 결국 지식과 전문성이 떨어진 전문가를 양성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 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학과 인원을 축소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향후 국회와 유관기관에 협회 입장을 적극 전달할 계획이다. 이광우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장은 “대학 입학 증원 쿼터제에 따라 학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교수 인력이나 실습 시설 같은 교육 인프라는 제자리”라며 “올해는 교육부와 복지부를 만나 임상병리사 인력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입학 정원에 대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협회는 올해 임상병리학과 4년제 학제일원화를 적극 요구할 방침이다. 현재 임상병리학과는 전문대학별로 3년제와 4년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이 협회장은 “임상병리와 같은 보건의료 커리큘럼은 3년 안에 전문성을 충분히 익히기 어렵다”면서 “임상병리학과 실습 의무화로 실습 교육이 강화되는 만큼 4년제로 학제일원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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