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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광물 협정 체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50분가량 진행된 공개 발언에서 초반에는 두 정상 모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등에 대한 일반적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협정에 대해 “매우 공정한 협정이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큰 약속”이라고 평가한 뒤 “희토류 판매와 사용으로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군인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했다”라고 칭찬하면서도 조기 종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평화협정 타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짜 안전보장을 위한 첫 문서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광물협정 체결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지지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와의 전쟁과 관련해서는 “그(푸틴)는 살인자이자 침략자”라면서 “살인자에게 우리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는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면서 고성을 지르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라면서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체결된 협정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점을 재차 지적한 뒤 “우리는 휴전 협정에서 서명했고 모두 우리에게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협정을 어겼다”면서 “그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멋진 바다(대서양)가 있어서 아직은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라고 발끈한 뒤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라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담을 한 뒤 오후 1시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16분 SNS를 통해 회담이 종결됐음을 알렸다. 그는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라면서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설전 이후 백악관을 떠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갈등 수습에 나섰다. 또 “이는 안보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만 강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에 대한 직접적 사과는 거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정직해야 한다.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