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206명’ 북적이는 상신초…입학생 격차 심각 [쿠키포토]

‘신입생206명’ 북적이는 상신초…입학생 격차 심각 [쿠키포토]

상신초, 혁신도시 선정으로 학령인구 늘어
같은 충북 지역 7곳 신입생 1명도 없어

기사승인 2025-03-05 06:00:08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린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입학식을 마친 자녀의 볼을 만지며 격려하고 있다.


도심과 농촌 학교 간 학령인구 격차가 벌어지면서 3월의 학교 풍경이 비교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린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는 206명의 신입생을 받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사들은 입학식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2층 강당 앞에 모여 안내용 전광판을 설치하고 각종 기자재를 옮기며 몰려들 신입생과 학부모에 대비했다.

한 어린이가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교사의 안내에 따라 실내화를 꺼내 신고 있다.
'재밌는 거 투성이네'
한 어린이가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등교하고 있다.
한 학부모가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 정문에서 자녀를 끌어안고 있다.

"신입생들은 실내화를 신고, 학부모들은 덧신을 신어주세요"

한 교사가 강당 앞에서 교내 예절을 전파했다. 신입생들도 교사의 요구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신발 주머니에서 실내화를 꺼내 직접 신었다. 낯선 학교에서 마주한 첫 관문이었다. 한 아이는 아직은 새하얗기만 한 실내화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초등학생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국민의례는 처음이라'
신입생들이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한 학생이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하품을 하고 있다.
교사사들이 지난 4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작년 기준 상신초 전교생은 1297명으로 지역 학교인 것을 감안하면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해당 지역이 충북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11곳이 이전, 2014년 2600여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3만1000여명으로 늘었다. 학교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 5곳도 들어서면서 학령인구가 크게 늘었다. 박향숙 상신초 교감은 "혁신도시 내에 젊은 부부가 많아 꾸준히 학생 수가 늘고 있다"며 "올해에는 신입생·전학생 등 유입으로 학생 수가 13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강당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혜란(45) 씨는 "근처 병설유치원에서 88명 정도 되는 친구들이 함께 입학해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막상 와보니 학생 수가 많아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한 폐교 운동장 모습.
지난 4일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한 폐교의 복도 풍경. 폐교 당시 신입생이 없던 현실을 보여주듯 1학년 교실 팻말은 온데간데 없다. 2학년부터 6학년 교실 팻말이 복도를 따라 나란히 설치돼 있다.
지난 4일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한 폐교의 교실 칠판에 한 졸업생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적혀 있다.
지난 4일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한 폐교 유리창에 '1학년'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햇빛에 바랜 상태로 방치돼 있다.

같은 충북 지역 7곳은 신입생 1명도 없이 학사일정에 들어갔다. 그중 단양 가곡초 보발분교, 단양 영춘초 별방분교는 최근 4년간, 단양 가곡초 대곡분교는 3년간 신입생을 뽑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는 폐교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폐교 현황'에 따르면 올해 폐교 예정인 초중고교는 49개로 집계됐다.

이날 단양에 위치한 한 폐교 교실 칠판에 졸업생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쓸쓸함을 더했다. 언제부터 붙어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1학년' 글자가 적힌 스티커는 햇빛에 삭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진천, 단양=유희태 기자

유희태 기자
joyking@kukinews.com
유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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