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을 위한 공적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본격화됐다. 국가 주도의 AI 산업 지원을 두고 여권은 ‘반기업적’이라며 반발했고, 이 대표는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주장”이라고 맞섰다. AI·신산업 전문가 출신 정치인들도 가세하면서 정책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연일 “AI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AI 전문가들과의 대담에서 국민 펀드 형태로 AI 투자금을 조성하고, 그 수익을 국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미국)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도 탄생하고, 그 지분 70%는 민간이 보유하되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비현실적인 국가 주도 모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가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30% 지분을 확보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연간 국세 규모(약 400조 원)로는 10개 이상의 글로벌 빅테크를 ‘세미 국유화’해야만 이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엔비디아 30% 발언은 기업 창업과 생태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산”이라며 “국가 개입이 과도하면 오히려 AI 산업의 자율적인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차지호 의원이 이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었다. 당내 AI 전문가이자 미래거버넌스위원회 총괄 간사인 차 의원은 5일 쿠키뉴스와 만나 “AI 산업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로, 대규모 자본 투자와 데이터 활용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초기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으면 대기업 외에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국가 차원의 데이터 활용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공적 투자 모델은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국민과 공유하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여권의 비판에 반박하며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TSMC의 초기 지분 48%가 정부 몫이었고, 지금도 주요 주주는 대만 국부펀드”라며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만으로는 첨단산업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AI 산업 투자, 군 현대화 같은 사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공개적으로 논의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며 “공식적인 정책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AI뿐만 아니라 상속세 개편,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 추가경정예산 문제까지 제한 없이 토론하자”며 맞받아쳤다.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의 토론 제안을 받아들인다. 시간과 장소는 이 대표에게 맞추겠다”며 응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