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최고 800%를 넘어서는 등 재무건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초부터 중견 건설사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업계는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능력 180위인 벽산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1월 시평 58위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해양조선건설(83위) 등이 차례대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모두 10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8건)보다 21곳 늘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가 이어지며 자금난 등을 이기지 못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것이다. 실제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3000호,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00호에 달했다.
특히나 준공 후 미분양은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에 직격탄이다. 실제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건설업계에서는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정상 범주로 보고 있다. 부채비율 200%가 넘어가면 우려, 400% 넘을 시 기업 존립 위기로 진단된다.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들도 400%대 혹은 그 이상의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벽산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468.3%,신동아건설 428.8%로 조사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건설(838.8%), 삼부토건(838.5%)은 부채비율이 8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다수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800%대에 달해 줄도산 우려가 나온다. 한양산업개발(820%), 이수건설(817%) 등은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80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평 100위권 내 대형 건설사 중 두산건설(338%), SGC이앤씨(308%), 효성중공업(278%) 등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다.
10대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10대 건설사들의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157%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동기 154% 대비 3%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부채비율 200%를 넘긴 곳은 GS건설과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이 25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이 210%였던 것과 비교하면 41%p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238%, 롯데건설은 217%로 집계됐다.
대형 건설사들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본사 부지 매각과 자체 개발,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옵션 선택에 따른 수익성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해 1조원 규모 자산 유동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회사 GS이니마의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이 2011년 인수한 GS이니마는 GS건설의 신사업 부문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S이니마 누적 매출은 4023억, 순이익은 38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예상 매각가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매립장 매립 자회사인 ‘리뉴원’을 매각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와 접촉 중이다. 예상 매각가는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폐플라스틱 자회사인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13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전문가는 건설사의 위기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부는 시점 지방에선 분양 물량 소진이 안 되고 PF 자금난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건설산업 활성화 정책도 효과 있는 내용이 아니다.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숨넘어가기 직전”이라 덧붙였다.
김 소장은 “건설업의 위기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국토부뿐만이 아니라 국회, 정부 등 모두 나서서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격적으로 미분양 물량 해소가 필요하다”며 “미분양이 해소돼야 PF 부담이 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