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또 집회가 열리면, 아예 다른 곳으로 피해 있어야겠어요.”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서 만난 민모(42·여)씨는 이같이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52일 만에 관저로 복귀하면서 한남동 일대가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관저 앞에선 주말 내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산발적인 집회가 이어졌다. 전날 늦은 저녁 이후로는 비교적 조용한 상태지만,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찬반 집회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전날 오전 11시쯤 관저 앞에서 ‘120만 대통령 관저 앞 주일 예배’를 열었다.
이날 찾은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앞에는 “우리 아이들 안전을 위해 통학로는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경찰도 일대 경비를 강화한 모습이다. 경찰 차벽은 500m 이상 설치돼 있었고, 한남동 일대 곳곳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됐다.
안전을 이유로 관저 앞 육교 이용은 막혔다. 집회 인파를 대비해 지난 9일부터 폐쇄된 상태였다. 이 탓에 5분이면 갈 거리는 10분 이상 돌아가야 했다.

주민들은 그간 집회로 인한 교통 불편, 쓰레기, 소음으로 ‘삼중고’를 겪어 왔다.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민씨는 “클럽처럼 ‘웅웅’거리는 소음이 오후 9시까지 지속된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며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다.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50일 전과는 집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한남동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40대·여)씨는 “그간 집회들은 격양된 분위기였다면, 요즘 집회는 자축하는 분위기”라며 “밤샘 집회를 하지도 않고, 참가자들도 화내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남동 인근에서 근무하는 박모(30·남)씨는 “집회 소음을 비롯해 이래저래 많이 주변이 시끄럽다”면서도 “연일 이어진 집회 탓에 한남동 인근은 경찰 통제가 심해서 요즘은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안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관저로 복귀한 윤 대통령의 공식 외부 활동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한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각종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윤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건너편 도보를 채운 가운데데 “탄핵 각하”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지지자는 헌재 앞 노상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또 안국역 5번 출구 앞 인도와 1개 차로에서는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경찰의 통제 속에 ‘탄핵 찬성’을 외치는 이들과의 충돌은 이어지지 않지만, 긴장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