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홍석 선수가 착점이 밀린 상태에서 시계를 눌렀다. 원래는 그 자리에 돌을 놓고 두는 게 맞지만 이미 진행이 많이 됐기 때문에, 경고와 함께 벌점 2집을 부여한다.” (김기용 심판)
바둑리그에서 또 다시 ‘심판 개입’ 장면이 나왔다. 이번에는 바뀐 규정에 의해 감독의 이의제기에 의한 개입이었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1경기가 13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수려한 합천과 한옥마을 전주 대결로 시작됐다. 1국에선 합천의 박하민 9단과 전주의 백홍석 9단이 격돌했다.
좌상귀 패 싸움 공방이 이어지던 중, 한국기원 상임심판 중 한 명으로 이날 대국 심판을 맡은 김기용 9단이 개입해 계시기를 일시정지하고 바둑판을 검은색 덮개로 가렸다. 김기용 심판은 “합천 고근태 감독이 이의를 제기해 대국을 중단하고 비디오 판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기원이 지난 6일 상임심판회를 통해 새롭게 공지한 규정에는 “경기 규정 위반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도 ‘당사자(선수 및 감독)’의 이의제기를 통해서만 심판이 개입해 판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사자의 범위에는 선수와 감독이 포함됐는데, 이번 사례는 선수는 전혀 항의하지 않고 감독이 이의를 제기한 사례다.
대국이 중단되자, 백홍석 9단은 실소를 지은 뒤 상대인 박하민 9단에게 어떤 상황 때문이냐고 묻는 모습도 보였다. 박하민 9단도 잘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대답하면서 두 대국자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김기용 심판은 대국장으로 들어와 백홍석 9단에게 경고 1회와 함께 벌점 2집을 부여했다. 계시기를 누르기 위해서는 착수를 완료해야 하는데, 백 9단은 원래 착점할 예정이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돌이 멈춘 상태로 시계를 먼저 눌렀기 때문이다.
김기용 심판은 “규정대로라면 시계를 누른 시점에 돌이 있던 곳으로 옮겨놓고 대국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미 대국이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경고와 벌점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둑리그가 ‘10초 피셔’ 대국으로 바뀐 여파이기도 하다. 지난 2월27일 바둑리그 10라운드 경기에서도 영암 한해원 감독이 이의를 제기했는데, 손근기 심판이 개입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오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손근기 심판은 사퇴 의사를 밝혔고, 후임으로 김선호 심판이 합류한 바 있다.
한편 오후 7시37분 현재 바둑리그 12라운드 1경기 1국은 벌점을 받은 이후 흔들린 백홍석 9단의 역전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점 부여 이전까지 우세했던 백 9단은 대국 중단 이후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