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산(神算)’ 이창호 9단이 영화 ‘승부’ 시사회가 열린 날 프로 통산 1924승째를 올렸다. 이 9단은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으로, 해당 작품은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전설적인 ‘사제 대결’을 담았다.
이창호 9단은 19일 오후 8시50분에 끝난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오픈 8강 1경기에서 1975년생 동갑내기 기사 양건 9단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프로 데뷔 후 2727국째 경기에서 올린 1924번째 승리였다.
이 9단은 이날 대국에서 중반 한 때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비세를 의식한 양건 9단이 우하귀 일대에서 최후의 승부수를 날렸을 때 큰 착각을 범했기 때문이다. 양 9단의 특공대가 이 9단의 우하를 헤집고 생환하면서 국면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을 조명한 영화 시사회가 열린 이날. 이 9단은 마치 전성기를 방불케하는 냉정·침착함으로 끝내기에서 맹추격에 나섰다. 종반 들어 초읽기에 몰린 양 9단이 흔들리는 틈을 타, 이 9단은 ‘인공지능 블루스팟(추천수)’을 연속해서 찾아내면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바둑을 생중계한 이현욱 해설위원은 “이창호 9단이 큰 착각으로 약 20집 가까운 손해를 보면서, 꽤 좋았던 바둑이 큰 차이로 역전됐다”면서 “저라면 너무 화가 나서 정상적으로 바둑을 둘 수 없을 것 같은데, 이창호 9단이 냉정을 되찾고 끝내기를 이어간 끝에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고 총평했다.
국후 이창호 9단은 “우하귀에서 큰 실수를 한 이후 시간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때는 당연히 불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서로 시간이 없어 정신없이 뒀다”고 복기했다. 준결승 상대(조혜연-요다 노리모토 승자)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 9단은 “누구와 두더라도 어려운 승부가 되겠지만 좋은 바둑을 두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국 프로 바둑 역사상 통산 최다승 타이틀은 영화 ‘승부’의 주인공 조훈현 9단이 보유하고 있는 1966승이다. 조 9단은 프로 통산 2821국을 펼쳤고, 통산 승률은 69.9%로 7할에 육박한다. 바둑계 관계자는 “조훈현 9단이 이벤트 대회가 아닌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된 반면, 이창호 9단은 현재도 프로기사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 9단이 조 9단의 1966승을 넘어, 통산 2000승 달성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블리츠자산운용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10분에 추가 시간 20초로 진행하며, 시간 초과 시 경고와 함께 벌점 2집이 공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