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라인 스왑…이젠 리치의 시간 [쿠키인터뷰]

사라진 라인 스왑…이젠 리치의 시간 [쿠키인터뷰]

DRX 탑 라이너 ‘리치’ 이재원 인터뷰
공백 이겨내고 LCK컵서 복귀
“라인 스왑 방지로 제 경기력 나올 것”

기사승인 2025-03-27 06:00:12 업데이트 2025-03-27 12:13:44
DRX 소속 리치 선수가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DRX 사옥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우승 트로피를 들 때 정말 짜릿해요.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계속 프로게이머하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기억나지 않을까요.”

정점을 찍었다. 국제, 국내 가리지 않고 우승을 휩쓸었다. 적수가 없던 시점, 한순간에 게임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종목을 바꿔 6년째 최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DRX 탑 라이너 ‘리치’ 이재원의 얘기다.

쿠키뉴스는 26일 서울 마포구 DRX 사옥에서 이재원과 만나 지난 LCK컵 소감과 다가오는 정규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이재원은 다사다난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지만, 리그가 갑작스레 폐지되면서 롤 선수로 전향했다. 롤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2019년 젠지에 입단해 롤 e스포츠 선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농심 레드포스, LPL(중국) NIP, LCS(북미) 디그니타스를 거쳤다. 이재원은 2024년 서머 시즌에 디그니타스와 계약을 종료하며 한 시즌을 야인으로 보냈다.

공백기를 가진 이재원은 2025시즌을 앞두고 DRX와 손을 잡았고, 곧바로 올해 첫 대회인 LCK컵에 나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다만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DRX는 이재원과 함께 그룹 스테이지에서 3승2패 호성적을 기록했으나 플레이인에서 탈락하며 컵대회를 마감했다.

DRX 소속 리치 선수가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DRX 사옥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이재원은 “아쉬웠던 시즌이다. 쉬는 사이에 라인 스왑 메타가 됐다. 스왑에 적응하느라 제 플레이를 신경 쓰지 못했다”며 “‘스폰지’ 배영준이나 ‘안딜’ 문관빈이 베테랑이 아니지 않나. 정글과 서폿의 움직임이 중요한 메타였다. 거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밴픽 단계에 있어 김상수 감독님께 너무 많이 의지했다. 선수들의 자아가 부족했다. 선수들과 게임 얘기를 나누지 않기도 했다. 서로 무얼 원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니 짐작하면서 플레이했다”고 반성했다. 

라인 스왑 방치 패치가 적용된 올 시즌에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제는 극초반 라인 스왑이 사라지면서 라인전에 집중할 수 있다. 정규시즌에는 잘할 수 있다”면서 “체급으로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 DRX에 긍정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소통적인 문제도, 시즌 끝나자마자 피드백했다. 지금은 발전한 상태”라며 “개인적으로, LCK컵 때는 막 복귀를 하다 보니 조금 절었다. 현재는 경기 감각도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연습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이재원은 “스왑 메타 때 ‘3분 리치’라는 별명이 있었다. 3분만 되면 탑 다이브를 당해 죽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 제 것을 못하는 상황이 힘들었다. 제가 해왔던 게임과 괴리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DRX는 LCK컵이 끝나고 일주일 휴가를 보냈다.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 감독 주도 하에 연습에 매진했다. 짧은 휴가에 “사실 불만이 많았다”고 밝힌 이재원은 “감독님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감독님이 체급론을 말하면서 솔로 랭크 연습량과 점수를 올리라고 하셨다. 체급을 높여야 실수해도 여유가 있을 것 같다는 감독님의 말에 정말 열심히 했다. 팀 동기부여도 최고”라고 말했다.

DRX 소속 리치 선수가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DRX 사옥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재원은 LCK컵 때 한화생명e스포츠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의 조커픽인 애니비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묻자 이재원은 “최우제와 솔로 랭크에서 붙은 적 있다. 그때도 애니비아를 해서 ‘왜 하지’라고 생각했다”며 웃은 뒤 “라인전도 좋고 다이브 받기에도 좋은 챔피언이다. 애니비아는 라인 스왑 메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재원은 LCK 정규시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예전에는 스프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전 1~2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조가 나뉜다. 1년 전체가 중요해졌다. 쉬지 않고 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DRX는 첫 4경기에서 DN 프릭스, BNK 피어엑스, 농심 레드포스를 만난다. 이때를 승부처라 본 이재원은 “초반 4연전을 잘 넘기면 앞으로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이재원은 “퍼스트 탑 라이너가 목표다. (2022년) LPL 때 퍼스트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더샤이’, ‘아러’, ‘369’ 등을 꺾고 최고가 됐다. LCK 올프로에 꼭 뽑히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이재원은 “LCK컵은 맞춰가는 단계였다. 정규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정규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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