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M-ROBO'을 공개했다. 개별 투자자 대상 고도의 자산관리를 제공과 그룹 비전인 해외진출에 발맞춰 글로벌 시너지 연결을 통한 차별화된 수익률을 선보일 계획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로 시장의 판도가 격변할 것으로 진단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5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M-ROBO’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준용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혁신은 적립금 규모 경쟁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률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며 “M-ROBO는 미래에셋의 AI 기술력과 운용 철학이 결합된 플랫폼이다. 누구나 손쉽고 체계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연금 2.0 시대’의 대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ROBO는 국내 퇴직연금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라며 “퇴직연금 수익률을 M-ROBO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고객들의 편안한 노후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상위권 운용 역량…미래에셋만의 차별화”
‘M-ROBO’는 투자자의 연령, 성향, 목표 수익률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동 설계한다. 아울러 시장 변화에 따라 동적으로 리밸런싱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연금관리 솔루션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히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운용 결정을 자동화해 연금계좌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 대부분이 직접 운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TDF 등 간접투자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간 수준의 투자 관심을 가진, 이른바 ‘중관여 고객층’에 대한 전략이 부재하다”며 “이들을 위한 자동화된 맞춤형 솔루션으로 단순 자산배분을 넘어 인출 전략, 수익률 최적화, 위험관리까지 포괄하는 통합 연금관리 시스템 ‘M-ROBO’를 선보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M-ROBO 알고리즘은 테마와 인컴, 자산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알고리즘 테마배분(마이테마 ETF, 마이골드자원배분 ETF, 마이나스닥 ETF) △인컴 배분(마이 인컴 펀드, 마이 글로벌인컴 ETF) △전술적 자산 배분(마이 스마트 라이프 ETF, 마이 글로벌 모멘텀 ETF) △전략적 자산 배분(마이 타켓데이트 펀드, 마이 스타일 펀드·ETF, 마이 올웨더 펀드·ETF) 등이 존재한다.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투자 전략을 짜주는 큰 틀의 로직이다.
이창헌 미래에셋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운용본부장은 “M-ROBO 알고리즘의 타사 대비 차별화된 부분은 운용 인력의 도메인 지식이다. AI는 챗지피티 같은 언어모델 등 분야에 비해 금융에서 활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고 노이즈(잡음)하기 때문”이라며 “대응 방법은 운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간 매니저가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AI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20년간 운용 역량을 최상위권으로 성장시킨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의 차별화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M-ROBO를 통한 높은 수익률도 자신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의 알고리즘은 5년 이상의 장기 트랙 레코드를 보유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부터 AI 모델을 이용해 자산배분하는 ‘미래에셋AI글로벌모멘텀 펀드’는 연환산 수익률은 7.2%를 기록했다”며 “지난 2022년 주식과 채권이 인플레이션으로 망가졌던 시기에는 적극적으로 주식 배분을 줄이고 대응 방안인 원자재를 확대한 바 있다. 올해도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러한 국면에도 금 비중 확대 등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했다.
향후 모회사인 미래에셋그룹과 발맞춰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 부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있다. 이미 호주의 스톡스팟, 미국 웰스스팟이라는 AI 운용사도 운영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한국에서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AI 운용 집단과 시너지를 내는 효과를 보시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과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BNK경남은행, BNK부산은행 등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로보어드바이저 제휴를 맺었다. 오는 18일 하나은행 앱 하나원큐에서 공식 론칭될 예정이다. 강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 운용팀장은 “하나은행 외에 나머지 사업자들과도 M-ROBO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신한, 기업, 부산, 경남은행 등도 협의를 통해 연내 M-ROBO를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증권·운용사 퇴직연금 RA 서비스 줄줄이 ‘돌입’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원리금보장형상품에 쏠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17개 투자일임업자가 신청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뒤 금융투자업계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가 해당 서비스 일임 사업자로 참여하는 이유는 퇴직연금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각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총 427조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오는 2035년에는 퇴직연금 시장이 10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연금만으로 미래를 보장하기에는 어려운 사회가 점쳐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손수진 대표는 “국내 개인형 퇴직연금(DC·IRP)시장은 2035년 7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례처럼 5%가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38조원”이라며 “소수의 상위 20%가 전체 연금 자산 80%를 가지고 있는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5%라는 수치보다 굉장히 많은 투자자 고객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1호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투자자문과 하나은행의 맞손으로 시작된 파운트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다. 파운트투자자문은 지난해 9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한 직후 하나은행과 함께 본격적인 서비스 개발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달말 공개된 파운트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는 하나은행의 신규가입 및 기존 IRP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관련 서비스 상품은 글로벌 주식, 글로벌 성장지역·섹터, 당신을 위한 편안한 투자 등 총 3종이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섹터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과 위험자산·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TDF 등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전날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쿼터백자산운용과 공동소유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다.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검증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한다는 설명이다.
핀트 운영사인 디셈버앤컴퍼니는 이날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디셈버 핀트 퇴직연금(IRP) 일임 서비스’를 내놨다. 디셈버가 제공하는 퇴직연금 일임 투자전략에는 글로벌 및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적극 글로벌 투자 △안정적 글로벌 분산 투자 △국내외 시장 적극 투자 △안정적 국내외 분산 투자 △국내 시장 배당 및 이자 중심 투자 등으로 구성됐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가 예정된 일임업자는 △삼성증권(5월·이하 잠정) △콴텍투자일임(6월) △한화투자증권(6월) △교보증권(6월) △KB증권(8월) △신한투자증권(9월) △대신증권(12월) △한국투자증권(12월)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마다 제휴한 투자일임업자가 다르고, 하나의 사업자도 다수 일임업자와 제휴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가입자는 투자성향과 투자목적 등에 맞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